
[더퍼블릭=김미희 기자]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국내 주주환원 확대 및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는 가운데, 올 들어 9개월여 만에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1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정책이 뒷심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자사주 소각은 상호 출자한 2개의 기업이 합병하거나 특정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의 물량을 줄여 주주의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이뤄진다. 상법 제343조에 따르면, 주식은 자본감소에 관한 규정에 의해서만 소각할 수 있지만, 정관이 정한 바에 의해 주주에게 배당할 이익으로써 소각할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체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유통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1주당 가치가 높아지게 되고 주가도 상승하게 된다. 또한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을 매입하여 소각하기 때문에 대주주지분율이 상승하게 되어 대주주의 소유 구조가 안정된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8년 동안 12차례에 걸친 주식분할과 8차례에 걸친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면서 주가를 관리해왔다. MS사는 자사주 소각을 위해 그동안 수백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주당가치의 증가와 이에 따른 주가상승으로 투입한 자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자산가치의 증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4일 서울경제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인용,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공시한 자사주 소각 건수는 총 76건, 액수는 9조 3277억 원이었다.

액수 기준으로는 지난해 연간 기록인 4조 4990억 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건수 기준으로도 지난해 연간 59건보다 17건이나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의 자사주 소각 규모도 4106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총액인 2894억 원을 이미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019년 8725억 원, 2020년 1조 984억 원, 2021년 2조 4309억 원, 2022년 2조 9106억 원 등 매년 완만히 늘어 과거에는 올해만큼 급증한 적이 없었다. 코스닥시장의 소각 규모도 2020년 756억 원, 2021년 1096억 원, 2022년 2244억 원으로 올해처럼 연간 1200억 원 이상까지 늘어난 해가 없었다.

특히 이 매체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시장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지난해보다 5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은 정부의 증시 밸류업 정책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대표적인 정부 규제 산업인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폭 증가했다. KB금융은 올해에만 약 1조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6000억원, 3000억원, 우리금융지주는 2600억원어치씩 자사주를 없앴다.
여기에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고려아연이 2조 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것도 전체 액수를 크게 늘렸다는 설명이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