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승부수’ 던졌지만 시장 비판↑…금감원, 부정거래 행위 등 조사 나서면서 발등에 ‘불’

고려아연, 유상증자 ‘승부수’ 던졌지만 시장 비판↑…금감원, 부정거래 행위 등 조사 나서면서 발등에 ‘불’

  • 기자명 김미희 기자
  • 입력 2024.11.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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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미희 기자]고려아연이 발행주식의 20%에 육박하는 373만2650주에 대한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황제주 자리에 등극했던 고려아연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 맞서 경영권 수성을 위해 발행 주식 수를 늘려 기존 지분은 희석하고,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박빙의 지분 싸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최 회장 측은 지분 경쟁에서 영풍·MBK 연합을 앞서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31일 금융당국이 부정거래 가능성을 의심하며 조사에 착수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함용일 부원장은 31일 고려아연이 발표한 유상증자와 관련 ‘경고 메시지’를 냈다. 함 부원장은 “유상증자의 추진 경위 등을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이나 위계를 사용한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소각 예정 주식 제외 발행주식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조달 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쓰겠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주주 기반 확대와 개방적인 경영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시장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지분을 희석하고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특히 우리사주조합에 신주 20%를 배정하는 특례를 활용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서, 일반 청약자들에게는 청약 물량을 3%로 제한해 이런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고려아연 경영진이 공개매수가 진행되던 기간 유상증자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부정거래 논란이 불거졌다.

고려아연은 지난 11일 공시한 정정 공개매수 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전날 공시한 증권신고서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기재해 이 같은 의심이 증폭됐다.

함 부원장 역시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날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유상증자 관련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또한 비판에 가세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31일 고려아연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의를 “시장교란 행위”라며 비판했다.

포럼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을 “차입을 통해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67만원(예정가)에 주식을 발행하는 자해 전략”이라며, “회사의 주인이 전체 주주라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예측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고려아연 이사회 결의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금감원 방침 발표 후 이번 유상증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정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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