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현재 심리 중인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이혼 소송 핵심 쟁점을 3가지로 꼽고 있다.
증권가에서 거론되는 이혼 소송 핵심 쟁점 3가지는 ▶SK 주식 특유재산 여부 논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기여 논란 ▶2심 판결 산식(계산) 오류의 중대성 등이다.
일반적으로 대법원 이혼 소송 심리는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처리하지만,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은 사회적 파장 및 SK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 따라,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 돼 심리 중이다.
SK 주식 특유재산 여부와 2심 재판부의 산식(계산) 오류…부부 공동재산 인정, 1조 3,800억원 재산 분할 명령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9일 ‘세기의 이혼 소송, 현재 진행 중’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5월 2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에게 1조 3,800억 원이라는 재산 분할을 명령한 이후, 판결문에 명백한 계산 오류가 발견되면서 쟁점은 더욱 복잡해졌다”고 평가했다.
1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의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반적으로 이혼 시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재산을 특유재산이라 하는데,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또는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상속‧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이 특유재산에 해당한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노소영 관장의 내조 및 가사노동 기여 등 SK 주식 가치 상승분에 대한 공동 기여를 인정, 1조 3,800억 원이라는 재산 분할을 명령했다.
다만, 2심 판결 과정에서 SK 주식 가치 산정 시 액면분할을 누락해, 선대 회장(故 최종현 전 회장) 기여율을 ‘12.5배(2심 재판부 최초 계산)→125배(정정된 계산)’로, 최태원 회장 기여율은 ‘356.5배(2심 재판부 최초 계산)→35.65배(정정된 계산)’로 크게 변경하는 오류가 제기됐다.
2심 재판부는 당초 최태원 회장의 높은 기여율(356.5배)을 근거로 승계상속형이 아닌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판단했다. 자수성가형 판단은 SK 주식이 최태원 회장의 특유재산이 아닌 노소영 관장의 내조가 기여한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의 주요 근거가 됐고, 이로 인해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액이 결정됐다.
2심 재판부는 이후 계산 오류를 인정하고 판결문 수정을 결정했지만, “산식 오류가 최종적인 재산분할 비율과 금액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재산분할명령은 철회하지 않았다.
반면, 최태원 회장 측은 해당 오류가 판결의 핵심 근거를 바꿀 정도로 치명적인 오류이므로, 단순히 계산만 정정할 것이 아니라 판결의 결론을 뒤집어야 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박세연 연구원은 “대법원은 산식 오류가 사건 판결 취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심리 중”이라며 “향후 대법원 판단에 따라 재산 분할 비율과 특유재산 인정 여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SK 주식 특유재산 여부…최태원 회장 측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특유재산” VS 노소영 관장 측 “부부 공동재산으로서 재산분할 대상”
박세연 연구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 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간 이혼 소송 핵심 쟁점을 ▶SK 주식 특유재산 여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기여 논란 ▶2심 판결 산식(계산) 오류의 중대성 등 3가지로 꼽았다.
먼저 SK 주식 특유재산 여부부터 살펴보자면, 이는 SK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최태원 회장 측은 1994년 부친(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2억 8000만원을 증여받아 대한텔레콤(현 SK) 주식을 취득했으며, 이후 인수·합병 등 개인 경영 능력에 따라 SK 주식 가치가 증대됐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SK 주식은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특유재산에 해당한다는 것.
이에 반해 노소영 관장 측은 30년 혼인 기간 동안 가사·양육을 전담하는 등 간접적으로 회사 경영 및 성장에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제공한 300억원의 비자금이 SK 성장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 주식은 부부 공동재산으로서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박세연 연구원은 “판례상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이라도, 타방 배우자가 유지 또는 증식 과정에 기여(가사노동 포함)했다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대법원은 ‘가사노동 등 간접 기여 인정’ 및 ‘실질적 협력 실체 중시’ 원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기여 여부…SK 성장에 종잣돈 역할 했나, 안 했나?
박세연 연구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기여 논란 관련해서는 “자금의 실체 입증 여부에 따라 재산분할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노소영 관장은 2심 재판 과정에서 모친 김옥숙 여사의 ‘선경 300억원’ 메모와 ‘선경건설 발행 50억원 약속어음 6장(300억원, 발행일 1992년 12월)’을 증거로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어음 발행이 태평양증권 인수(1991년 12월)보다 1년 늦어 사용·수수 여부 타당성 논란이 존재하며, 약속어음은 자금 수수의 실증적 입증이라 보긴 어려움(법리상 증명의 한계 지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원인급여·부당이득에 대한 민법 원칙’에 따라 불법자금 등은 사적 기여로 인정받기 곤란하다는 법리적 판단이 가능하다”며 “2심은 비자금 실체를 ‘완전히 입증되지 않음’으로 판단하면서도 ‘정황상 일부 기여’에 무게를 두는 결론을 내렸는데, (비자금 등이 SK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등)추가 입증 여부가 최종 분할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 기여율 과대평가, 선대 회장 기여율 과소평가한 산식 오류…파기환송 사유 될 수도
2심 판결 산식(계산) 오류에 대해, 박세연 연구원은 “2심 재판부가 주식 가치 산정의 기초적인 계산에서 오류를 범했다는 주장은 대법원 파기환송의 결정적인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2심 재판부는 당초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 과정에서 액면분할(1:50) 반영을 누락하는 중대한 계산 오류를 범했다. 이로 인해 최태원 회장의 기여율(8원→2,850원, 356.5배)은 과대평가되고, 선대 회장의 기여율(8원→1,000원, 125배)은 과소평가 됐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대법원 판례는 산식 오류, 계산 착오, 산정 방법 등 재산 분할의 기초가 되는 객관적 오류는 파기환송 사유가 됨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현재 이 오류가 결과적으로 판결 취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심리하고 있으며, 최종 재산 분할의 비율 및 특유·공동재산 구분에도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기환송이면 자사주 소각 통해 경영권 안정…원심 유지할 경우 배당 대폭 강화 가능성
박세연 연구원은 향후 대법원 판결에 따른 시나리오도 전망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릴 경우 재산분할액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SK그룹은 경영권 안정화를 최우선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사주(24.8%) 소각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을 33.9%까지 상승시켜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원심 판결을 유지한다면 재산분할액인 1조 3800억원의 현금 조달이 부담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박 연구원은 “대법원이 2심의 원심을 유지하여 최태원 회장의 1조 3,800억 원 현금 지급이 확정될 경우, 이는 SK그룹의 지배구조와 배당 정책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최 회장 측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주사 SK의 배당 정책을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