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왜 인수는 멈췄고, 협력사는 문 닫았나?…서울우유-삼영 사태, 갈등 쟁점은

[이슈분석] 왜 인수는 멈췄고, 협력사는 문 닫았나?…서울우유-삼영 사태, 갈등 쟁점은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5.11.21 08:36
  • 수정 2025.11.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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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가 40년 거래해온 우유팩 납품업체 삼영의 인수를 검토했다가 대의원총회 부결로 중단하면서, 이후 삼영이 폐업에 이른 과정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인수 절차 과정에서 일정한 기대가 형성됐다고 보는 삼영과, 조합 구조상 최종 결정 권한이 대의원총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서울우유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관련 쟁점은 공정위 제소와 법원 소송, 국감 증인 철회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인수 검토 과정에서의 절차와 협력업체에 미친 영향, 그리고 협동조합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 논의부터 부결, 폐업까지…사건의 전말은?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서울우유가 40년간 거래해온 우유팩 납품사 삼영의 인수를 추진했다가 철회한 뒤, 인수 기대 속에서 거래처를 정리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했던 삼영이 결국 폐업에 이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은 삼영 인수 철회와 납품가 인상률 강제 의혹 등과 관련해 이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철회서를 제출하면서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문 조합장은 오래된 협력업체였던 삼영과의 인수 논의 과정, 단가 협상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증언 요구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러나 농해수위는 서울우유 측이 제출한 소명 자료를 검토한 뒤 이를 받아들여 증인 채택을 최종 철회한 것.

서울우유와 삼영의 인수 논의는 지난 2021년 145억원 규모의 인수의향서 체결에서 시작됐다. 서울우유는 이후 법무·재무·세무 실사를 진행했고, 2022년에는 인수 예산을 150억원으로 증가해 대의원총회에서 가결했다.

2023년에는 서울우유 임직원 약 150명이 삼영 구미 공장을 방문해 현장 확인을 했다. 이러한 절차는 협력업체 입장에서 인수 가능성이 커지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요인들이었다.

삼영은 이 같은 절차적 흐름을 기반으로, 인수 논의가 일정 수준까지 진전됐다고 판단해 기존 거래처 상당수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영의 매출은 2020년 130억원에서 2023년 78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돌연 2023년 9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인수 안건이 부결되면서 인수 절차는 중단됐다.

부결 이후 삼영은 같은해 10월 공장을 농심에 매각하고 사업을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승계는 이뤄지지 않아 노동자 4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인수 부결 이후 소송으로…‘기대 형성’이 남긴 법적 쟁점

서울우유 양주공장[사진=연합뉴스]
서울우유 양주공장[사진=연합뉴스]

이후 삼영은 인수 논의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며 서울우유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인수 검토가 여러 단계 진행되면서 기대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인수의향서 체결, 실사 진행, 인수 예산의 대의원총회 가결 등 절차가 연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할 만한 요인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서울우유는 이에 대해 “인수의향서는 말 그대로 의향을 밝힌 문서이며, 최종 결정은 조합원 총회가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부결 시 인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우유는 “조합 구조상 최종 결정은 대의원총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절차에 따라 인수 진행이 중단된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조합장 개인이나 경영진의 단독 판단이 개입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절차적 정당성에 기반해 인수 검토가 종료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원 1심도 서울우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울우유가 삼영에게 인수에 대한 확정적 신뢰를 부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수 검토는 있었지만 계약 체결을 보장한다고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취지다.

이후 삼영이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삼영은 항소심에서 인수 대비 과정에서 매출원가율이 2021년 99%에서 2023년 121%까지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을 연장하기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매출 축소와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삼영과 서울우유의 주장은 현재도 큰 간극을 보이고 있다. 항소심에서는 인수 절차에서 형성된 기대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절차적 정당성이 존재했다는 점은 1심 판결로 확인됐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의 무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수 검토 단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삼영이 인수 가능성을 전제로 사업 구조를 조정했던 것은 사실로 알려져 있는 탓이다. 실사, 예산 가결, 현장 점검은 일반적으로 인수 논의에서 상당한 진척을 의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대형 수요처의 의사결정이 협력업체의 존속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 구조 속에서 절차 중심 판단이 모든 책임을 설명하는 데 충분한지에 대한 질문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우유의 결정 과정은 조합 구조 안에서 이뤄졌지만, 협력업체가 그 판단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서울우유-삼영, 경쟁 거래 조항 논란과 단가 인상 협상의 간극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우유는 삼영을 비롯한 우유팩 납품업체 4곳에게 납품단가 인상을 강제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삼영은 인수 논의와 별개로 2022년 단가 인상 협상 과정에서도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자 4개 카톤팩 납품업체는 서울우유에 15~20% 수준의 단가 인상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종 계약에서는 4.8~4.9% 인상률이 일괄적으로 적용됐다고 한다.

삼영은 이 과정에서 “서울우유가 사실상 동일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을 신고했다.

해당 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돼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삼영은 당시 협상 과정에서 “경쟁사와의 논의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해당 내용 때문에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특히 인수 협상 중이던 삼영에게는 "한 식구 될 건데"라며 다른 납품업체에 동조하지 말라는 압박성 발언도 했다고 알려졌다.

서울우유는 이와 다른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서울우유 측은 “단가 조정은 협상을 통해 결정된 사항이며, 일방적인 강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는 “당시 우유팩 납품업체가 4곳뿐이었기 때문에 인수를 검토했으나, 임시 대의원회에서 부결돼 인수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납품 단가 인상률은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우유는 “제소는 사실이나 조사 개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제소 여부 자체가 위법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단가 갈등은 유업산업 특성상 협력업체와 대형 수요처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업계에서는 대형 수요처의 구조적 협상 우위를 지적하는 의견과 함께, 원자재 부담이 컸던 시기였던 만큼 협력업체의 인상 요구도 불가피했다는 해석이 병존한다.

국감 증인 철회… 멈춰 선 공적 검증과 남은 의문들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장 [사진=연합뉴스]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삼영 폐업과 인수 부결 경위, 단가 협상 문제 등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올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이 논의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협력업체 폐업, 공정거래 관련 쟁점, 조합 의사결정 구조 등 산업·제도적 논점이 존재하는 만큼 국회 차원의 공식 검증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증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우유는 의원실에 인수 부결 과정과 단가 협상 관련 설명 자료를 제출했고, 해당 소명이 반영돼 문진섭 조합장의 증인 채택이 철회된 것으로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우유 측은 “조합 구조와 절차적 흐름을 명확히 설명했다”고 밝혔으며, 증인 철회 결정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감이라는 공적 검증의 장에서 직접적인 질의·답변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관련 쟁점들이 언론과 업계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만큼, 국회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산업·제도적 관점에서 점검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문진섭 조합장은 대의원·이사·감사를 거쳐 2019년 제20대 조합장으로 선출됐고, 2023년 연임을 통해 2027년까지 조합을 이끌게 됐다. 그는 연매출 2조원 돌파등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삼영 인수 논의 종료와 그 여파는 조합 의사결정 방식과 협력업체와의 관계 설정 전반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낳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구조가 대형 수요처로서 갖는 책임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뒤따르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협동조합의 의사결정이 외부 협력업체에까지 미치는 영향과 그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과제를 남겼다. 법적 절차와 별개로 산업·제도적 공백이 드러난 만큼, 협동조합의 역할과 공급망 내 책임 구조를 다시 되짚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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