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구글이 최근 발표한 ‘제미나이 3.0’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면서 구글이 자체 개발한 TPU(텐서처리장치)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를 통해 전날(25일) 상향 조정했던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 16만원 유지 의견을 밝히며 “이는 삼성전자가 북미 빅테크 업체들의 높은 메모리 공급 점유율을 기반으로 구글, 브로드컴, 아마존, 메타 등의 메모리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AI(인공지능) 생태계 확장의 직접적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원 센터장은 “특히 구글은 자체 개발한 AI 추론 칩 TPU를 통해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수직 계열화에 성공, 자체 클라우드 서버용으로만 사용하던 TPU를 외부 기업에 판매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부연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메타의 경우 2027년 자사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 탑재를 검토하고 있어 향후 TPU를 중심으로 한 제미나이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엔비디아 GPU 공급망 의존도가 점차 축소될 전망”이라며 “이에 엔비디아 GPU 구매 집중에 따른 빅테크의 과도한 자본지출 및 감가상각에서 불거진 AI 버블 우려는 향후 AI 생태계 다변화로 완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실제 외신 등에 따르면, 메타는 오는 2027년 가동에 들어갈 데이터센터에 구글의 TPU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내년에는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TPU 컴퓨팅 연산 능력을 임대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구글의 제미나이나 오픈AI의 챗 GPT 등 생성형 AI 시장은 오픈AI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GPU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따라서 GPU의 구매 및 유지, 감가상각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AI 거품론이 불거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구글의 경우 자체 개발한 TPU를 중심으로 제미나이 시스템을 구축함에 따라 경쟁사 대비 비용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TPU는 기존 CPU(중앙처리장치)나 GPU 대비 생성형 AI 모델의 학습 및 추론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글이 자체 개발한 ‘맞춤형 반도체(ASIC)’다.
ASIC는 다양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범용 CPU나 GPU에 비해 활용 범위가 넓지 않지만, 하나의 특정 기능(통신 처리, 영상 처리, AI 연산, 암호화폐 채굴 등)만을 수행하도록 특화돼 있다.
따라서 특정 작업에 한해서는 ASIC가 범용 GPU보다 성능‧전력 면에서 앞선다. 구글의 TPU는 AI 연산이라는 특정 목적에 맞춰 설계된 ASIC다.
미국 시장에서 호평이 쏟아진 제미나이 3.0에는 구글의 7세대 TPU인 ‘아이언우드’가 추론 및 학습 과정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언우드에는 192GB(기가바이트)의 HBM3E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진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미국) 등 글로벌 메모리 3사가 주도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구글의 TPU 개발 초기 단계부터 설계를 지원해 온 브로드컴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AI 시장이 추론으로 빠르게 확대되며 일반 서버의 메모리 채용량도 동시에 급증해 서버 메모리 수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데이터센터는 GPU, HBM(고대역폭메모리) 조합에서 탈피해 TPU, CPU를 활용한 HBM뿐 아니라 96GB, 128GB 고용량 서버 DDR5(5세대 D램), LPDDR5X(5세대 저전력 모바일 D램), GDDR7(7세대 D램) 등 일반 D램의 사용량도 큰 폭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구글 TPU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는 브로드컴의 경우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구글 TPU 생태계 확장의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속도에 강점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품질 인증의 경우 연내 조기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어, 세계 최대 D램 생산능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향후 빅테크 업체로 메모리 공급량을 크게 늘릴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