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삼성·SK 등 주요 대기업의 인사가 12월에서 11월로 빨라지고 있다. 예년보다 빠른 인사는 미국 관세 문제와 미중 무역 갈등, AI 확산에 고환율 등에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국내 4대 그룹 중 SK그룹이 가장 먼저 정기 인사를 발표했고, 삼성·한화·현대차·LG그룹이 '조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달 3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차세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해 기존 사장단과 함께 조직의 안정을 가져가면서도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
판사 출신 정재헌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가 새 대표로 선임됐고,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4년 만에 부회장직이 부활했다. SKT의 유영상 사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동한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추형욱 대표이사와 각자 대표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SK온은 이용욱 신임 사장을 발탁해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인사는 유심 해킹 사태, AI 전환, 탄소중립 등 현안 대응을 위한 ‘위기 리셋 인사’로 평가된다. 하반기 SK브로드밴드와 AI 전문 사내회사 SK AI CIC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AI·배터리·에너지 솔루션 중심으로 조직 재편이 이뤄졌다.
삼성은 이달 중순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27일 '조기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뉴삼성’ 경영체제로 미래 성장 가속화를 꾀할것으로 보인다.
핵심 포인트는 직무대행 체제 마무리,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다.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의 부회장 승진과 최원준 MX사업부 COO의 사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7일 삼성전자는 전자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조직인 사업지원TF를 이끌어온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퇴임해 회장 보좌역으로 위촉업무가 변경됐다고 밝혔다. 정기 인사에 앞두고 갑작스런 발표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최근 실적이 개선되는 등 사업이 정상화하는 시점을 맞아 후진 양성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임시 조직 형태였던 사업지원TF는 '사업지원실'이라는 상설 조직으로 8년 만에 정식 조직이 됐다. 신임 실장에는 TF 소속이었던 박학규 사장이 선임됐다.
경영진단실장 최윤호 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으로, 사업지원TF 주창훈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으로 위촉됐다. 사업지원TF 문희동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People)팀장을 맡는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지주사 격인 (주)한화의 지분 22% 중 절반인 11%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우주·에너지 등 핵심 사업을 직접 챙기며 실질적 총수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와 같이 11월 주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조원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로봇, 미래항공교통(AAM) 등 신사업 부진과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이번 인사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HD현대는 37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끝내고 정기선 회장이 오너 경영 전면에 섰다. 조선·기계·에너지 통합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과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조 부회장은 정 회장과 공동대표로 HD현대를 이끈다. 금석호 HD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사장으로, 김형관 HD현대미포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 공동대표로 이동했다.
LG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연간 실적을 평가하고 내년 사업 계획과 전략을 논의하는 사업 보고회를 시작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OLED·전장·2차전지 등 미래 기술 중심 조직 개편이 예고되며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와 로레알 출신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 등 40~50대 젊은 임원이 전면에 부상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9월 사장단 회의에서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기술형 리더십 중심 인사를 예고했다. 일부 계열사는 하반기 희망퇴직을 통해 사업 효율화와 조직 슬림화를 진행했다.
신세계그룹· CJ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그룹들은 이미 사장단 인사를 마쳤고, 롯데그룹은 이달 중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리더십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재계의 올해 정기 인사는 AI를 중심으로 미래 산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미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