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노동대규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각각 집회를 열었는데 특히 한국노총의 경우 65세 법정 정년 연장 연내 입법화와 주 4.5일제 시행을 촉구했다.
이는 최근 정년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고용 시장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고령화에 맞춰 정년 연장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급격한 제도 변화는 청년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정년 연장 논의에 불이 붙은 배경에는 법정 정년과 공적연금 수급 시점 사이의 '소득 공백'이 자리하고 있다.
은퇴 후 3∼5년간 근로소득 없이 지내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정부 차원의 소득 보전책 마련이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8.6%(954만명)를 차지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3년생)가 지난해부터 은퇴 연령에 들어서면서 이 문제가 더 부각됐다.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도 한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합계출산율(0.75명)이 세계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고령인구는 올해 처음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9년(3763만명) 이래 감소세로,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39년에는 3000만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올해 처음 1000만명대를 기록했고, 그 비중은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를 늘려 중·장년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기업의 신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중 신규채용은 총 546만7천개로, 201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전체 일자리에서 신규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6.6%까지 떨어져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정년이 연장되면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경쟁이 심해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11일 매일경제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국이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고용’의 필수 요소가 무엇인지 물었다. 전문가들은 ▲임금 체계 유연화를 전제로 한 기업 선택권 보장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업종·규모별 탄력적 정책 설계를 선행 조건으로 꼽았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공서열식 임금구조에서 기업은 부담을 느끼고 ‘차라리 젊은 사람 두 명을 채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노사 합의에 따라서 임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조건 변경 없이 일괄 정년연장을 하게 되면 결국 일부 대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잘 갖춰진 사업장 외에는 조기퇴직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직무급이나 직능급 임금체계로 전환된 기업은 계속고용의 비용 문제에 있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즉, 연공형 임금구조가 유지되는 한 고령 근로자 인건비 부담이 청년층 채용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임금을 성과에 연동시키는 구조가 정년연장 논의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조건 격차 문제를 우선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으로 나왔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계속고용의 핵심은 임금 수준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자회사, 하청 간 고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국내 노동구조에선 임금 격차가 큰 현실 탓에 당장 이 같은 고용 승계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일본의 경우 하청으로까지의 고용 승계를 재고용 방안으로 포함한다는 점에 원·하청 간 격차가 큰 우리 현실과 차이가 있다”며 “모든 노동 격차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고령자 친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재고용 지원 제도를 강화하는 식의 간접 유도책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