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국내 철강산업이 내수 부진과 함께 중국·일본산 저가 철강재 유입, 미국의 50% 철강 관세 부과 등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해법 찾기에 고심이다.
국내 철강산업은 최근 내수 부진과 함께 중국·일본산 저가 철강재 유입, 미국의 50% 철강 관세 부과로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제4기 탄소배출권 할당량 급감까지 겹치며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제4차 배출권 거래제 사전 할당량이 축소되고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올해 10%에서 2030년 50%까지 확대될 예정이어서 기업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14일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철강 50% 관세 문제는 제외됐다.
정부는 먼저 공급 과잉과 산업 성숙으로 위기에 처한 철강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철근 등 범용재의 설비 축소에 나선다.
날로 높아지는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에 대응해 수출 보증 상품을 신설하고, 밀려드는 저가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서는 반덤핑 관세 조치 등 대응을 강화한다.
철강 산업의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부가·저탄소 철강재 생산 전환을 지원하고, 환경규제에 대응해 철강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속도를 낸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먼저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력 약화 품목에 대한 선제적 조정에 착수, 철근을 비롯해 형강, 강판 등 범용재에 대한 생산 조정에 나선다.
특히 철근은 수입재 침투율이 3% 수준으로 낮고 기업의 자발적 설비 조정 노력이 미진해 설비 조정 중점 대상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철근 설비 조정에 나서도록 세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한편, 국회에서 추진하는 철강산업 특별법 등을 통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형강·강관 등 기업의 자율적 설비 조정 계획이 있는 경우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등 지원을 검토하고, 열연·냉연·아연도금 강판 등 수입재 침투가 높은 품목은 수입 대응을 선행한 뒤 단계적으로 설비 감축 여부를 검토한다.
전기강판, 특수강 등 경쟁력을 유지한 품목은 과감한 선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신성장 원천 기술 지정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나선다.
미국의 50% 철강 관세와 유럽연합(EU)의 철강 저율관세활당(TRQ) 도입 검토 등 수출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양자 간 공식·비공식 협의를 통한 대응을 강화하고, 수출 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철강 산업 지원을 위해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발의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은 대표적인 무(無)쟁점 법안으로 꼽힌다.
이미 지난 8월 여야 의원 106명은 녹색철강기술 개발 및 투자에 대한 보조금·융자·세금감면·생산비용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K-스틸법을 발의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권향엽, 국민의힘 이상휘·김정재 의원 등은 한국노총, 포스코그룹 노조 등이 국회에서 공동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철강 산업 보호와 정부 지원을 촉구한 바 있어 통과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18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산자위 법안소위원장인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심의할 계획”이라면서 “오는 21일 산자위 전체회의을 열어 의결한 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고 보도했다.
또 산업부 담당 공무원들과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전날 늦은 시각까지 국회에서 의원실 관계자들과 만나 K-스틸법을 설명하고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한 106명의 의원들은 법안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는 의원들도 있다”면서 “이런 의원실을 하나하나 찾아가 법안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철강 업계의 위급한 상황 때문이다. 철강 업계는 하루 빨리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충남 당진, 경북 포항, 전남 광양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8일 ‘국내 철강산업 위기상황 극복 방안 공동 건의문’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국내 대표 철강도시들이 위치한 r 곳이다.
다만, 여야가 무(無)쟁점 법안 처리에 나선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입법·예산 전쟁을 앞두고 있어 또 다시 논의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사법개혁안을 비롯한 개혁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본격적인 대결을 벌이기 전에 이른바 민생 법안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본회의 개최 방침에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지만, 다만 합의되지 않은 법안에 대한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 여야 대치 상황이 또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