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최근 사모 대출(private credit)과 이를 기반으로 만든 대출담보부증권(CLO)이 잠재적 위험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중소기업 퍼스트브랜드·트라이컬러가 나란히 파산 신청을 한 후 두 회사가 사모 대출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모 대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사모 대출이란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저신용 중소기업이 비(非)은행 금융사(운용사, 전문 사모 대출 기업)를 통해 받는 대안적 고금리 대출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은행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급증했는데,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 달러에서 2023년 2조 1,000억 달러(약 3,085조 원)로 급증했으며, 2028년에는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모 대출을 바탕으로 한 대출담보부증권(CLO)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사모 대출 기반 CLO는 부도 위험이 크고 신용평가 검증이 부실한 저신용 기업의 사모 대출 채권을 쪼개고 뭉쳐 만든 증권이다.
CLO는 신용도가 괜찮은 여러 기업 대출을 묶어 위험을 분산시키는 구조지만, 사모 대출 기반 CLO는 원금 상환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 대출이 많아 위험도가 높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모 대출 CLO 발행액은 사상 최대인 42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사모 대출이 CLO 형태로 증권화되면서 원래 위험한 사모 대출에 자금을 대지 않았을 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의 돈이 적잖이 들어갔다고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UBS 등이 CLO를 통한 사모 대출에 참여해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월 히스패닉계 이민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판매·대출을 하는 미국 중소기업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 업체 퍼스트브랜드가 파산 신청을 한 후 사모 대출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고 한다.
담보를 여러 대출에 중복으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는 두 회사의 사기 행각이 밝혀지면서 사모 대출의 부실한 심사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사모 대출을 포함한 미 은행의 ‘비은행 금융기관(NBFI) 대출’은 2015년 3200억 달러에서 지난 10월 1조 7000억달러로 급증했는데,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사모 대출에서 비롯됐다.
특히 미 10대 은행 중 NBFI 대출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은 웰스파고(1583억 달러)였고, JP모건체이스(1334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1184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대형 은행들이 사모 대출 위험에 광범위하게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실한 대출 심사와 부도 위험이 큰 사모 대출, 사모 대출의 위험을 분산하겠다며 만든 사모 대출 CLO, CLO에 손을 대고 파생상품으로도 만들어 유통하는 미 월가의 금융사 등 이 모든 요소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닮았다는 지적이다.
2008년 금융 위기를 불러온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이 ‘비우량 기업 사모 대출’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IMF(국제통화기금)는 “사모 대출에 대한 금융사의 광범위한 투자가 새로운 위험으로 떠올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모 대출이 산업·지역별로 분산돼 있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동시다발적 부실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보는 시각도 있다.
퍼스트브랜드와 트라이컬러 사례의 경우 중복 담보를 이용한 의도적 사기였기 때문에 동시다발적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