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카리브해 일대 긴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급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 전단이 베네수엘라 북쪽 해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제럴드 포드함 이동은 지난 13일 처음 포착됐다. 당시 항모는 대서양에서 전투기 편대, 미 공군 B-52 전략 폭격기와 함께 카리브해 방향으로 항진했다. 이후 항모 전단이 실제 작전에 편입되면서 투입 병력은 약 1만 2000명, 해군 함정은 10여 척 규모로 늘었다.
미군은 이번 배치를 이번 배치를 '서던 스피어(Southern Spear)'로 명명하며 "국토 방어와 초국가 범죄 조직(TCO) 대응, 마약 테러 차단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군은 최근까지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마약 운반선을 21차례 격침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최소 83명에 달한다. 미국은 선박 탑승자들을 '마약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기존 마약 단속을 '테러 대응'으로 격상시켰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를 오는 24일 외국 테러 조직(FTO)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루비오 장관은 해당 조직이 "마두로 정권 고위층 주도로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타국 대통령을 마약 조직의 정점으로 직접 지목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좌파 정권 아래에서 중국·러시아와 전략적 관계를 강화해왔다. 특히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에너지 분야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며 중남미 '일대일로'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왔다.
군사적 측면에선 미국이 베네수엘라 영토 깊숙한 지역까지 공군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동, 우크라이나와 비교해 지리적·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저비용으로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적합한 무대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취재진과 만나 베네수엘라 군사 공격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마두로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접촉을 동시에 유지하는 전략적 병행 카드가 작동 중"이라고 해석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