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철강 관세를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사면 초가 빠졌다. EU는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와 미국발 고율 관세에 맞선 대응 성격이지만, 한국산 철강도 직접적인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7일 철강산업 관련 새로운 무역 규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는 철강 수입 물량을 절반가량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도입된 ‘철강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하는 성격이다. 당시 제도는 국가별 할당량까지만 무관세를 적용하고, 초과분에는 25%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었는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내년 6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EU가 이번 조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발 고율 관세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로 역내 산업이 압박을 받는 데다, 미국이 최근 철강 관세를 50%까지 끌어올리면서 EU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추가 대응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EU가 미국과 발을 맞추어 동일한 50% 관세를 도입하려는 또 다른 의도도 있다고 본다. 향후 협상에서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유럽산 철강에 대해서는 관세 부담을 완화하거나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적용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현재 미국의 50%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다른 국가와 달리 합의문에 TRQ 가능성이 명시돼 있어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도 최근 “EU와 미국 모두 글로벌 철강 과잉 생산이라는 동일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양측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산 철강도 이번 규제 강화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EU가 새 제도를 시행할 경우 한국은 이미 지난 4월 세이프가드 조정으로 수입 쿼터가 최대 14% 줄어든 전례가 있어, 추가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