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고 1430원까지 넘나드는 가운데 은행권이 이달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중 간 무역전쟁 우려 확산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금융지주사의 자본적정성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날(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8원 오른 1425.8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42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환율은 오후 들어 한때 1430원대를 웃돌았다.
이에 외환당국이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의 공동 구두개입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오른 지난해 4월 중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구두개입은 보유한 달러를 사고파는 실개입(직접개입)과 달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정책수단이다.
이후 환율은 1427∼1428원으로 내려왔고 1420원대에 마감하며 한숨을 돌렸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부터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환율 추이를 주시하면서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 관심을 쏟고 있다.
CET1 비율은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과 재무안정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CET1 비율을 12%로 유지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등을 이유로 13%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비율이 높을수록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흡수할 수 있고, 외부 지원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그런데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부채 평가규모 상승으로 CET1 비율이 감소한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CET1 비율이 0.02~0.03%포인트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KB금융 CET1 비율은 13.74%, 신한지주는 13.59%, 하나금융 13.39%, 우리금융 12.81%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30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1350원에서 9월30일 종가 기준 1402.9원으로 올랐으니 단순 계산으로 하락폭이 최대 1.59%포인트로, 금융권은 당장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3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부채의 80%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외화유동성커버리지(LCR) 비율 관리도 중요하다. 환율 상승으로 상환해야 하는 외화부채 평가금액이 올랐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외화 LCR 비율은 평균 158.13%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LCR 비율을 80% 이상으로 관리하도록 권고했으니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계속되고 한미 관세협상도 결론이 나지 않은데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 확대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 곡선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금융권은 오는 23일 예정된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오는 20일 한은 국정감사가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다. 이번 국감에서는 최근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 수도권 부동산 가격, 가계대출 흐름, 국내 경기 전반에 대한 한은의 평가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