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 김동환 사장이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사장은 현재 경영 승계를 준비 중인 입장인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향후 승계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차남인 김동만 해태아이스크림 전무의 경우 임원에 오른지 일년 만에 회사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빙그레의 승계 구도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까지도 오너 일가 삼남매 가운데, 빙그레에 대한 지분을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 없는 점도 승계 구도를 확정 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오너3세들은 가족회사 제때를 통해 빙그레 지분 1.99%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분을 33.33%씩 보유하고 있는 만큼,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배당금도 균등하게 챙기고 있다.
![빙그레 [사진제공=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409/234776_232885_3552.jpg)
‘빙그레 장남’ 음주 폭행 사건에 승계 구도 바뀌나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삼남매 가운데 장남이자 빙그레 경영권을 물려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김동환 빙그레 사장의 승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지난달 14일 김 사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는 지난 6월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한 채 소란을 피우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관은 술에 취해 있던 김 사장에게 귀가를 권했지만 김 사장은 “내가 왜 잡혀가야 하느냐”며 경찰관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사장 측은 “저로 인해 불편을 입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죄드리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983년생인 김 사장은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EY 한영 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았다. 이후 2014년 빙그레에 입사해 2021년 1월 임원으로 승진, 올해 3월에는 사장직에 올랐다.
즉,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 뛰어든지 3개월 만에 음주 폭행 혐의를 받게 것인데, 김 사장이 그간 유력한 빙그레 경영권 승계 후보로 꼽혀왔던 만큼, 재계 안팎에선 비판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409/234776_232886_3643.jpg)
실제로 김 회장의 장녀 정화씨는 계열사 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는 상황인 데다 차남인 김동만 해태아이스크림 전무는 지난해에야 임원으로 합류한 점을 들면 김 사장이 사실상 경영 승계 1순위라는 것.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최근 구설에 오르면서 차기 경영 후계자 자리가 바뀔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1987년생인 차남 김 전무는 미국 터프츠대를 졸업하고 2011년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이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해 지마켓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빙그레의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회사 ‘제때’에서 업무를 하다가 지난해 1월 빙그레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 임원으로 직을 옮겼다. 현재 해태아이스크림에서 경영기획과 생산혁신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과 일선과 관련 깊은 업무인데,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이 호실적을 기록했던 점을 비춰보면 첫 경영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991억원과 15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3.8%, 175% 증가한 수치다.
김 사장과 김 전무의 빙그레 지분 직접 보유량이 전무한 점도 승계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빙그레의 최대 주주는 지분 36.75%를 보유한 김호연 회장이다. 김 회장의 삼남매 모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삼남매가 지분을 보유한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 자회사 제때가 빙그레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다. 제때는 김 사장이 33.34%, 김 전무와 정화씨가 각각 33.33%씩 보유하고 있다.

빙그레 승계 중심엔 가족회사 ‘제떼’…내부거래 비중 줄었지만, 금액은 매년 ↑
김 회장의 삼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가족회사 제떼는 그간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받고 급격하게 성장해왔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2022년까지만 해도 비중이 적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빙그레 오너 일가가 인수한 직후 일감 몰아주기로 규모를 키워온 제때는 최근까지도 빙그레와 내부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오너 일가가 제때를 인수한 2006년 매출액 272억원 가운데 빙그레를 통해 올린 매출 비중은 98.3%에 달한다. 이후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물류대행사업을 확장하면서 2015년 43%에서 지난해 25%까지 축소됐다.
![2023사업연도 제때 특수관계자거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409/234776_232890_4052.png)
현재는 과거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내부거래 금액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제떼의 내부거래 금액은 ▲2015년 370억원 ▲2016년 ▲409억원 ▲2017년 454억원 ▲2018년 508억원 ▲2019년 546억원 ▲2020년 542억원 ▲2020년 581억원 ▲2021년 675억원 ▲2022년 761억원에 이어 지난해 818억원까지 상승했다.
내부거래 금액이 상승함에 따라 제때의 매출액도 인수 당시인 2006년 272억원에서 지난해 4017억원까지 급증했다.
전체 매출이 큰 만큼, 내부거래 금액이 적어 보이지만, 제때 내부거래가 주로 물류대행매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다른 종류의 매출을 제외하면 비중이 상당히 커진다.
![2023사업연도 제때 배당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409/234776_232891_4123.png)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 확대’…승계 재원으로 활용하나
이처럼 빙그레와의 내부거래 매출액을 늘려가고 있는 제때는 배당금도 해마다 확대하고 있다. 빙그레 오너 3세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배당금은 모두 오너 일가로 흘러간다.
제때는 물류대행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지난 2015년 4억6435만원을 현금배당하면서 본격적으로 배당 액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최근 5년간 제때의 배당금은 ▲2019년 13억3549만원 ▲2020년 19억7875만원 ▲2021년 20억5224만원 ▲2022년 24억2165만원 ▲2023년 28억5754만원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제때의 배당성향의 경우 당기순이익과 무관한 흐름을 보였다. 실적과 별개로 매년 배당액을 늘려온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21년 45억3584만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20억5224만원을 배당하면서 배당성향은 45.24%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73억6297만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19억7875만원을 배당하면서 배당성향이 26.87%에 불과했다.
![제떄 지분구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409/234776_232892_4226.png)
제때의 지분 100%를 빙그레 오너 3세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이 모두 오너 일가에 흘러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제때의 배당금이 빙그레 오너 3세들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오너 3세들과 제때가 보유하고 있는 빙그레 지분이 적은 만큼, 배당을 통해 만든 재원을 바탕으로 지분 매입, 또는 합병이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제때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빙그레와 합병을 추진할 경우, 오너 3세들은 제때 지분 매각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빙그레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제때의 배당성향이 크게 높지 않아 자본금을 축적한 뒤 향후 합병을 추진해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때가 주식수를 대폭 확대한 만큼 IPO를 통해 자금 확보도 가능하다. 제때는 지난 2021년 주식 수를 684만820주로, 기존의 12배 이상 늘렸다. 향후 IPO를 거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해 공모에 성공할 경우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 밖에도 오너 3세 또는 제때가 빙그레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도 있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배당금을 바탕으로 김 회장의 빙그레 지분 또는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지분을 매입하는 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제때는 빙그레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다. 제때를 활용해 승계를 끝마칠 경우, 빙그레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제때→빙그레’ 형태로 바뀔 전망이다.
다만, 현재까지 김 회장이 건재하고 3세들이 다소 젊은 만큼, 당장 승계를 준비하기보다는 경영 수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