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전창원 대표이사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피소됐다. 고소인은 빙그레 주주로, 빙그레가 제때에 공장부지 일부와 사무실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통상 운임보다 많은 운임료를 책정한 물류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때는 김 회장의 삼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특수관계사로, 빙그레 경영 승계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이번 고소건과 관련해 법조계에선 해당 내용이 사실일 경우 배임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계열사 부당지원’도 적용될 여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409/235513_233615_303.jpg)
“빙그레 공장 시설 제때에 무상 제공”...김호연 회장 배임 혐의로 피소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전창원 대표이사가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피소됐다. 김 회장은 빙그레 지분 36.7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동시에 이사회 내 사내이사로 직책을 맡고 있다.
빙그레 주주이자 고소인인 A씨는 12일 김 회장과 전 대표 등 2명을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경남김해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에 따르면, 빙그레는 자사가 소유한 김해공장(경남 김해시 한림면 고모로 768)의 ‘주차시설’과 ‘사무시설’ 등을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약 25년 동안 제때에 무상으로 임차하면서 배임행위를 저질렀다.
제때는 빙그레의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회사로, 김 회장의 삼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 가족회사다. 장남인 김동환 빙그레 사장이 지분 33.34%, 김동만 해태아이스크림 전무와 장녀 김정화씨가 각각 33.33%씩 보유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화물운수업체들이 대형화물차량을 주차할 경우 차량 1대당 매월 15만~20만원 수준의 주차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무상으로 임차하면서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A씨는 주장했다.
<본지>가 입수한 빙그레와 제때의 ‘차고지 임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2019년 7월 1일부터 2029년 6월 30일까지 제때에 차고시설 등을 임차해주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서에는 별도의 임차료 금액이 명시돼 있지 않았으나, 김해시청 감사관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차고지(1000㎡) 및 사무실을 빙그레와 무상으로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밖에도 빙그레는 제때와 자사가 생산한 제품 전량을 대리점까지 운반하는 ‘물류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운임을 지급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운수업체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등 주말에도 화물차주들에게 평일과 같은 운임을 지급한다. 제때 역시 주말과 공휴일에도 화물차주들에게 평일과 동일한 운임을 지급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문제는 빙그레가 제때에 운임료를 지급하는 경우다. <본지>가 입수한 빙그레와 제때의 물류계약서와 부속합의서 등에 따르면, 빙그레는 제때에 운임료를 지급할 때 토요일 운임에 대해 평일보다 7% 높은 운임을,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20% 높은 수준의 운임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빙그레가 제때에만 통상 운임료보다 높은 운임을 지급하면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빙그레가 제때에만 이 같은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으로 해석되는 동시에 주주들에 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김호연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제때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빙그레 주주로서 김 회장과 전 대표를 형법 제355조(횡령·배임),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배임죄, 배임교사죄로 고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해당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특경법상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의 경우 우량 상장회사에서 신생 비상장회사, 또는 배후의 지배주주로의 부의 이전·분배를 목적으로 회사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 이러한 내부거래의 의사결정을 한 이사진들은 자신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다른 계열사에 이익을 분여한 행위로 평가돼 형법 또는 특경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빙그레 측은 해당 제보자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허위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현재 사측과 제보자 간 소송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제보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전혀 법 위반 사실이 없다. 해당 제보자가 제기하는 각종 내용들은 이미 해당 관계기관, 지자체 및 수사기관에서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며 “그럼에도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있어 영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에 당사는 해당 민원인을 수가기관에 사이버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해당 민원인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끝까지 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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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공정위, 빙그레 현장조사 착수할까
재계에서는 이번 고소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빙그레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과거부터 제때와의 내부거래를 꾸준히 이어온 데 더해 이번 특혜성 거래 및 계열사 부당 지원 행위는 중견기업도 예외를 두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계열사 부당 지원’ 행위와 관련해 현장조사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했다. 당시 대웅제약과 오뚜기, 광동제약 등 다수의 중견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45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와 47조(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에 따르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임기를 지속하고 있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대기업 집단은 물론 시장지배력이 높은 중견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도 법을 엄정히 집행할 계획”이라며 “중견집단 내 내부거래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위반 혐의 포착 시 신속하게 조사하고 시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빙그레가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제때는 그간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받으면서 급성장해왔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2022년까지만 해도 비중이 적지 않았다.
빙그레 오너 일가가 제때를 인수한 2006년 매출액 272억원 가운데 빙그레를 통해 거둔 매출 비중은 98.3%에 달했다. 이후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물류대행사업을 확장하면서 2015년 43%에서 지난해 25%까지 축소됐다.
현재는 과거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내부거래 금액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제때의 내부거래 금액은 ▲2015년 370억원 ▲2016년 ▲409억원 ▲2017년 454억원 ▲2018년 508억원 ▲2019년 546억원 ▲2020년 542억원 ▲2020년 581억원 ▲2021년 675억원 ▲2022년 761억원에 이어 지난해 818억원까지 상승했다.
내부거래 금액이 상승함에 따라 제때의 매출액도 인수 당시인 2006년 272억원에서 지난해 4017억원까지 급증했다. 전체 매출이 큰 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적어 보이지만, 제때 내부거래가 주로 물류대행매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다른 종류의 매출을 제외하면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다.
제때는 배당금도 해마다 확대하고 있다. 빙그레 오너 3세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배당금은 모두 오너 일가 흘러간다. 제때는 물류대행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2015년 4억6435만원을 현금배당하면서 본격적으로 배당 액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최근 5년간 제때의 배당금은 ▲2019년 13억3549만원 ▲2020년 19억7875만원 ▲2021년 20억5224만원 ▲2022년 24억2165만원 ▲2023년 28억5754만원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제때의 배당금이 빙그레 오너 3세들의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때 지분구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409/235513_233625_548.png)
현재 오너 3세들과 제때가 보유하고 있는 빙그레 지분이 1.99%에 불과한 만큼, 배당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빙그레 지분을 매입하거나, 기업공개(IPO) 이후 빙그레와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제때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빙그레와 합병을 추진할 경우, 오너 3세들은 제때 지분 매각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빙그레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제때의 배당성향이 크게 높지 않아 자본금을 축적한 뒤 향후 합병을 추진해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때가 주식수를 대폭 늘린 만큼, 향후 IPO를 통해 자금 확보도 가능하다. 제때는 지난 2021년 주식수를 684만820주로 12배 이상 늘렸다. 향후 IPO를 통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공모에 성공할 경우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해진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