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 지분 추가 매수로 ‘자진 상폐’ 추진…시선은 3800억원 이익잉여금 향방

신성통상, 지분 추가 매수로 ‘자진 상폐’ 추진…시선은 3800억원 이익잉여금 향방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5.07.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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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통상 홈페이지 캡처 화면.
신성통상 홈페이지 캡처 화면.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의류브랜드 탑텐·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최대주주가 주식을 추가 매수함에 따라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측은 자진 상폐를 목적으로 2차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자진 상폐 요건(95%)에 불과 0.45%가 못 미치는 94.55%의 지분율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에 염태순 회장 측이 추가 장내 매수에 나서면서 자진 상폐의 길을 열게 됐다.

한편에서는 신성통상의 자진 상장폐지를 두고, 배당 정책을 강화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신성통상 측은 “회사가 보유한 유보금(이익잉여금)은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과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자산으로 배당 목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1~2차 공개매수에도 요건 못 갖춰…장내 추가 매수로 자진 상폐 추진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성통상 이사회는 지난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 상장폐지 승인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신성통상은 오는 8월 26일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같은 날 한국거래소에 자진 상폐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염태순 회장 측은 지난달 9일부터 이달 9일까지 2차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2차 공개매수 결과, 가나안‧에이션패션과 염 회장 일가 등 신성통상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83.87%에서 94.55%로 늘었다.

염태순 회장 측이 신성통상에 대한 지분율을 끌어올렸던 이유는 자진 상폐를 위함이었는데, 신성통상은 이를 위해 지난해 6월에도 1차 공개매수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공개매수가가 2300원으로, 2021년 9월 신성통상 최대주주인 가나안이 염태순 회장의 세 딸 혜영·혜근·혜민 씨로부터 주식 각 100만주를 장외 매수한 4920원보다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로 소액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지분 5.9%만 확보하는데 그쳤다.

당시 신성통상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77.98%에서 83.88%로 늘었지만, 현행법상 자진 상폐 요건인 지분율 95%에는 미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염태순 회장 측은 올해 6~7월 매수 가격을 2300원에서 4100원으로 인상하는 등 2차 공개매수에 나섰으나,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자진 상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가나안은 지난 15~17일 사이 장내에서 신성통상 주식 91만 5831주(0.64%)를 사들여, 지분율을 53.11%에서 53.75%로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염태순 회장 측 총지분율은 95.19%로 늘어, 신성통상 자진 상폐를 추진하게 됐다.

신성통상이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내용.
신성통상이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내용.

주주환원 요구 거세질까 서둘러 상폐 추진?…소수 주주 보호 대책 미비

염태순 회장 측이 신성통상 자진 상폐에 속도를 내는 건 상법 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정부여당의 상법 개정으로 인해 주주환원 요구 등 소액주주 권리가 강화됐는데, 신성통상은 그간 배당 등 주주환원 행보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신성통상은 2012년 이후 10여년 가까이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23년에야 주당 50원의 소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그 사이 신성통상이 축적해 온 이익잉여금은 올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3700여억원까지 늘어났다.

즉, 상법 개정 통과로 소액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커지자, 염태순 회장 측이 상폐에 속도를 냈던 게 아니냐는 것.

이와 관련, 신성통상 측은 지난 14일 <본지>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일 뿐, 상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염태순 회장 측이 추가 장내 매수를 진행함에 따라, 신성통상 소액주주 비율은 4.81%로 줄었는데 신성통상은 해당 소액주주 보호 대책에 대해 “당사의 구체적인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한 조치는 현재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검토해 결정이 되면 공시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소극적이었던 배당, 자진 상폐 뒤 강화? 경영권 승계 비용 관측…신성통상 측 “유보금, 배당 목적 아닌 성장 기반 마련 위한 자산”

일각에서는 염태순 회장 측이 신성통상을 상폐한 뒤, 그간 소극적이었던 배당 정책을 강화하는 등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신성통상 지분 45.63%를 보유하고 있는 가나안은 ▶2021년 49.44%(주당 6890원) ▶2022년 24.24%(주당 3만 4500원) ▶2023년 12.54%(주당 1만 7250원) ▶2024년 5.36%(주당 8630원)의 ‘배당성향(순이익 중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을 보였다.

매년 배당 성향은 줄어들고 있지만, 2023년 배당금으로 주당 50원을 책정했던 신성통상에 비하면 비교적 ‘고배당’인데, 가나안은 염태순 회장이 지분 10%, 염 회장의 장남 염상원 씨가 82.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 가나안 배당금 대부분은 오너 일가에게로 배당된다는 것.

따라서 염태순 회장 측이 신성통상 상폐를 진행한 후 배당 정책을 강화할 경우, 배당금 대부분은 신성통상 모회사인 가나안의 최대주주 염상원 씨를 비롯해 신성통상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염 회장의 세 딸 염혜영(5.30%), 염혜근(5.30%), 염혜민(5.30%) 씨 등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염상원 씨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향후 경영권 승계 비용으로 쓰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신성통상 측은 “회사가 보유한 유보금(이익잉여금)은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과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자산으로 배당 목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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