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을 마치고 속속 귀국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열린 골프 행사에 참여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일본·대만 등의 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12조(4인 1조)로 골프를 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최자인 손 회장과 더불어 프로 골퍼 게리 플레이어, 브라이슨 디샘보와 같은 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총수들과는 직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같은 조에서 골프를 치지는 못했지만 이들 4대 그룹 회장과 김 부회장은 골프 회동 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현지 투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와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들은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현황을 공유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협력을 특히 강조하며 협조를 부탁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의 주요 재벌기업 총수들이 집단적으로 미국의 대통령 및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골프를 즐긴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동의 성격상 관세 조건에 대한 직접적인 요청보다는 미국 내 투자를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라는 맥락으로 받쳐줄 수 있는 투자 현황을 설명했을 것”이라며 “총수들은 무엇을 요청했다기보다 국익을 위해 트럼프와 신뢰 관계를 쌓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침 우리 정부의 경제·통상 라인도 미국으로 총출동해 미국 측과 막판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달 말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지난 8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미국을 방문해 양국 협상에 힘을 더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회장은 APEC 참석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에 대해 모두의 기대가 크고, 모두가 합심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재계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에서도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현재 고율 관세 유지와 투자 분담 방식을 두고 막판 조율 중인데, 국내 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서 ‘투자 지속’ 의지를 확인시킨 만큼 협상 분위기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미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높이 평가했다”며 “관세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만남이 사적인 자리에서 상호 신뢰를 쌓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대기업 관계자는 “총수들이 직접 나서서 투자와 협력 의지를 전달한 것은 정부 간 협상과 별개로 의미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보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번 회동을 통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심으려는 연출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골프 라운드가 5~6시간인데 이번에는 7시간30분 정도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그만큼 충분한 대화가 오갔고,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