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미국 이민 당국이 미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우리 근로자 300여명을 구금, 체포하면서 전 국민적 공분을 사는 가운데 이 같은 사태가 백악과의 실적 채우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는 다행히 고국으로 돌아온 상태지만, 이번 조지아주 체포 사태는 미국 이민 당국의 역대 최대규모 단속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관세협상으로 대미투자를 약속했던 우리 정부와 기업, 근로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더욱이 영국 매체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이민 당국이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해 구금한 한국인 근로자 중 최소 1명은 유효한 비자 소지자임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자체 입수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문건을 토대로, 구금된 한국 근로자 중 1명은 미국에서 적법하게 체류 및 근로를 하고 있었으며, 당국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불법이민자의 대대적 추방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집행하는 미국 이민 당국이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개별 단속 대상자의 불법 여부를 꼼꼼히 따지지 않은 채 체포 및 구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 이민당국은 당초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만 단속하려 했으나 3000명이라는 일일 할당량 때문에 무리하게 체포 규모를 키웠다는 현지 보도를 전했따.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 애틀랜타의 이민 변호사 찰스 쿡은 16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체포는 전적으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설정한 할당량 때문이었다”고 했다.

밀러 부실장(사진)은 지난 5월 말 폭스뉴스를 통해 백악관이 ICE에 일일 3000명을 체포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단속 강화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국토안보보좌관을 겸직하고 있는 밀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밀러 부실장은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지냈다. 당시 그는 자유의 여신상에 새겨진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을 초대한다’는 글귀가 원래 있던 게 아니라 나중에 추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자에 대한 개방성이 강대국 미국의 기반이 됐다는 전통적 관념을 부인한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실세’로 불리며, 차기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도 거론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고 오랜 기간 중용하는 참모”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 치안판사 크리스토퍼 레이는 지난달 31일 조지아 배터리 공장에 대한 ICE의 수색을 허가하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4명의 멕시코 국적자를 단속 대상으로 명시했다. 배터리 공장 설립을 돕던 한국인 직원 체포는 영장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쿡 변호사는 당시 ICE가 한국어 통역사를 대동하지 않은 것은 한국인이 원래 단속 대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그런데도 ICE 요원들은 시설에 있던 한국인들이 B-1 비자나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쿡 변호사는 “ICE 요원들이 B-1 비자와 ESTA로 ‘판매 후 서비스 및 설치(after-sales service and installation)’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현장에서 한국인들은 체포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