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원가율 99% ‘육박’…팔수록 손해보는 업황 불황에 석유화학업계 ‘고심’

매출원가율 99% ‘육박’…팔수록 손해보는 업황 불황에 석유화학업계 ‘고심’

  • 기자명 김미희 기자
  • 입력 2025.09.1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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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미희 기자]지난 8월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부도 위기를 맞은 여천NCC의 공동 대주주인 DL이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채무불이행(Default·디폴트) 위기는 모면했지만 여수 산단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쓰러지느냐, 버티냐’의 갈림길에서 언제 다시 사태가 재연할지 안심할 수 없는 데다가 다른 기업도 동반해 휘청이는 도미노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업황 ‘불황’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진행한 컨설팅 용역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손익과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불황이 이어진다면 3년 뒤에는 기업의 절반은 지속이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동·중국 등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3∼4년째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업계의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해 수익성이 사실상 소멸 수준으로 나타났다.

2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최근 구조재편 협약을 맺은 석화업체들의 반기 보고서를 개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98.6%였다. 이번 조사는 연합뉴스 의뢰에 의한 것으로, 구조재편 협약사 10곳 중 이번에 반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DL케미칼은 제외됐다. 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전년 평균인 94.7%에 비해 3.9%포인트 높아진 결과다.

조사 대상 업체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2021년 87.6%, 2022년 92.3%, 2023년 93.8%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매출원가율은 기업 매출액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기업으로선 이익을 내기 힘들다.

기업의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원가와 판관비를 제외한 개념이어서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했다는 것은 사실상 기업이 이익을 낼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업체 모두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고, 총 적자 규모는 1조8000억원이 넘었다.

업체별로는 HD현대케미칼의 매출원가율이 107.3%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한화토탈에너지스 103.7%, SK지오센트릭 101.0%, 대한유화 100.5% 등 순이었다. 2021년에는 SK지오센트릭(96.2%), HD현대케미칼(94.1%), 대한유화(91.1%), GS칼텍스(91.1%) 4개사만 90%를 넘겼으나 이번에는 4개사가 100%를 넘겼다.

이에 주요 업체들이 연말까지 전체 생산량의 4분의 1가량을 줄이는 구조재편 계획을 제시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가 적자 누적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부도 위기에 몰리며 추가 출자, 유상증자와 같은 긴급 수혈을 받았지만,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대여금 출자 전환도 요구받는 상황이다.

10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여천NCC의 부채비율이 지금보다 나빠지면 회사채 조기 상환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사전에 대주주의 책임 이행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정부는 작년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BCG그룹 보고서,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을 유인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또 동시에 정부가 석유화학 업종에 이어 철강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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