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석유화학단지 [사진=서산시]](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2923_273579_1127.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구조적 위기 국면에 들어섰지만, 정부가 예고한 후속 대책은 여전히 공전 중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 산업 수출액은 약 480억달러로 반도체, 자동차, 일반 기계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국내 제조업 생산액도 2023년 기준 111조원으로, 전체 산업 가운데 5위 규모다.
반면 업황은 크게 악화됐다. 중국발 공급 과잉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석유화학 제품은 차별화가 어려워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타개책으로 생산 감축 조율이 핵심 과제로 언급되지만, 개별 기업이 먼저 감산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이에 대다수 기업은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수천억에서 수조원의 현금을 긴급 조달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책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2025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지난 4월 산업부와 석화업계는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반년 가까이 실질적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
정책 조율이 막힌 배경에는 부처 간 이견이 크게 작용했다. 기간 산업 지원의 당위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지원 규모와 범위를 놓고 각 부처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정권 교체기를 맞으면서 상위 결정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정책 결정이 표류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직접 개입도 난망하다. 아직 부도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데다, 석화 기업 다수가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부도설이 불거진 여천NCC의 경우 한화·DL그룹이 자체 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위기를 넘겼다.
자발적인 인수·합병(M&A) 추진도 쉽지 않다. 경쟁사 간 협의만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관료 조직의 역량 문제도 있다. 현직 관료 가운데 과거 정부 주도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인사는 기재부, 금융위 일부 고위직에 한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한국의 4대 수출 품목이자 전방산업 파급 효과가 큰 기간 산업"이라며 "그러나 제도적 지원 체계 미비, 부처 간 조율 실패, 정책 집행력 부재가 맞물리면서 산업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