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3907_274603_3716.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중국발 저가 공세로 생존 위기에 몰린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 능력을 최대 25% 감축하는 자발적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업계에 연말까지 통폐합 등 구체적 사업 재편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지난 20일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털에너지스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 10곳은 서울 대한상공회의회소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석유화학 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 재편 자율 협약식'을 열고 NCC 생산 능력을 270만~370만t 규모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270만~370만t은 국내 총생산 능력 1470만t의 18~25%에 해당하는 규모로, 대형 NCC 약 3개를 폐쇄해야 하는 수준이다. NCC는 원유 정제 중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 원료를 만드는 핵심 시설이다.
이날 산업부는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을 통해 ▲과잉 설비 감축 및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 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3대 방향을 제시했다. 국내 주요 석화 업체들의 대형 NCC는 주로 100만~130만t 규모로,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량은 여수·대산·울산 등 3개 대형 산업단지에서 대기업 NCC를 1개씩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우리 석유화학 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개편만이 유일한 돌파구"라며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기업들도 사업 재편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정부 지원' 원칙을 분명히 하며 업계가 연말까지 설비 감축과 고부가 사업 전환 계획을 담은 사업 재편안을 마련해 제출하면 타당성을 검토해 종합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는 업계의 자구 노력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평가하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구 부총리는 "그간 문제를 외면해 온 업계의 만시지탄"이라며 "연말이 아니라 당장 다음 달이라도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 설비 감축의 혜택만을 누리려는 무임승차 기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두고 업계에선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석화업계는 "개별 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율 조정이 어렵다"며 정부 주도 조정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업계 자율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을 택하며 구체적 지원책 발표 없이 원론적 방향만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통폐합과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민감한 과정에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