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 K-석화, 하반기 반등할까… "中 석화 설비 10% 폐쇄·개보수"

'절체절명' K-석화, 하반기 반등할까… "中 석화 설비 10% 폐쇄·개보수"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9.23 18:4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20년 이상 노후 설비 대상 구조조정 본격화
국내 NCC 가동률 상향 기대… "원가 경쟁력 변화 예상"
정부, 국내 기업에 최대 370만톤 설비 감축 주문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글로벌 공급 과잉을 주도했던 중국이 대규모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국내 석화업계가 하반기 반등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화학산업협회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2025년 하반기 화학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중국이 이르면 다음달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전체 설비 약 10%가 폐쇄 혹은 개보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방안에는 폐기 대상 기준을 가동 기간 20년 이상으로 강화, 기존 30년 이상보다 대상 설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게 핵심이다. 윤 수석연구위원은 "20년 이상 설비 중 연간 에틸렌 80만톤 이상 생산, 에너지 소비 강도, 탄소 강도 등 3가지 정량 기준 중 하나라도 미달하면 폐기 권고나 개보수 대상이 된다"며 "이번 정책은 강제성을 띨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자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23년간 공격적 증설로 자급률을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과잉 공급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윤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34년 석유화학 업황을 보면 지정학적 이슈와 높은 유가로 수요가 위축됐는데,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 원유를 최대 20% 저렴하게 공급받으며 대규모 증설을 감행했다"며 "이것이 국내 기업 고통의 시작점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한국 기업들이 원유 조달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사이 중국은 저가 원유를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며 시장을 잠식했다. 그 결과 국내 석화업계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고 롯데케미칼,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 주요 기업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구조조정은 국내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설비 보수 과정에서 친환경 설비를 도입하면 손익 분기점이 상승할 것"이라며 "원가 경쟁력에서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면 우리나라 나프타 분해 설비(NCC) 가동률도 상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CC 가동률이 오르면 고정비 절감 효과가 발생해 기업들의 적자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미국발 호재도 있다. 지난 10년간 저렴한 천연가스를 활용한 에탄크래커(ECC) 증설을 추진해온 미국이 지난해 10월 증설을 마무리하면서 신규 설비 가동 우려가 해소됐다. 윤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ECC 경쟁력 약화와 공급 폭탄 완화가 한국 NCC 가동률 상향의 또 다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에너지 분석 기관 ICIS의 앤 순 연구원은 "중국이 올해도 생산 능력을 확장할 것"이라며 "노후 설비 감축이 오히려 중국 기업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이 2027년까지 추진하는 연 500만톤 규모 설비 폐쇄도 글로벌 공급망의 2%에 불과해 공급 과잉 해소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응원하기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