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서 '대북 제재 대상' 중장비·차량 이동 정황… 中, 밀수길 터줬나

북·중 접경서 '대북 제재 대상' 중장비·차량 이동 정황… 中, 밀수길 터줬나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11.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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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80㎞ 구간서 24곳 식별
임시교량·여울목 차량 이동로 구축
혜산 시내에 중국산 차량 급증
LOVOL 굴착기·BYD 중고차 반입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전술도로 보강 작업을 하고 있는 북한군 [사진=합동참모본부]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전술도로 보강 작업을 하고 있는 북한군 [사진=합동참모본부]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북·중 국경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인 중장비와 차량이 대량으로 오간 정황이 위성 사진, 현장 촬영을 통해 확인됐다.

일본 대북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와 김정숙군 일대에서 중국산 차량과 산업용 기계가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지난 13~14일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에 모든 운송 수단과 산업용 기계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나, 해당 지역에선 중국산 자동차와 중장비가 꾸준히 반입되는 장면이 관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위성 자료 분석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아시아프레스는 7월과 9월 구글 어스 위성 사진을 검토한 결과, 혜산과 김정숙군 사이 약 80㎞ 구간 중 24곳에서 밀수 활동으로 보이는 흔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가운데 중 5곳 이상은 대형 차량을 이용한 대규모 밀수가 이뤄진 지점으로 분류됐다. 

중국 지린성 창바이조선족자치현과 맞닿은 이 구역은 압록강 상류의 수심이 얕은 구간이 넓게 분포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차고가 높은 트레일러가 여울목을 통과하거나, 임시 교량을 이용해 차량이 이동하는 정황이 여러 지점에서 확인됐다.

지난 9월 중국 측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로볼(LOVOL)' 표시가 선명한 굴착기 여러 대가 화물열차에 실린 채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차량에는 불도저 등 다른 중장비도 함께 적재돼 있었다. 8월에는 트랙터 수십 대가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전언도 나왔다. 

중국 전기차 비야디(BYD) 중고 차량과 타이어 등 차량 부속품도 함께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혜산 시내에선 중국 유입 차량이 늘면서 주차 공간 부족 현상까지 나타났다. 임업 기계 공장 구내를 비롯해 인근 채소밭까지 차량이 주차된 장면이 관찰된 것. 아시아프레스는 혜산 지역에만 최소 7곳의 밀수 차량 집결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에서 중국 방향으로 이동하는 물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혜산 지역 소식통들은 "희유금속·광석·잣 등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측 인사들은 "중국 국경 경비대가 순찰 시간을 사전에 알려주며 밀수 활동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희유금속은 특정 지역에서 적은 양만 생산되는 산업용 금속으로 외화벌이 품목으로 분류된다.

북·중 간 밀수 증가는 양국 관계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한 시점 중국의 대북 수출액은 2억 281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 대비 30.75%, 전월 대비 54.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국경 밀수를 묵인하기만 해도 제재 효과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며 "양국 관계가 냉각됐을 때는 통로가 차단됐지만 최근 분위기에서는 단속 강도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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