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8/272919_273575_2345.pn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여천NCC가 2000억대 긴급 자금 수혈로 한숨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1일 DL케미칼과 DL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대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 3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각각 1000억원씩 투입한 2000억원에 이어 불과 8개월 만의 추가 지원이다. 이로써 여천NCC는 이달 말까지 마련해야 했던 3100억원의 자금 조달 압박에서 벗어났다.
재계에건 곪은 상처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천NCC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50대50으로 1999년 설립한 국내 3위 석유화학 회사다. 지난해 말 합작 계약이 만료되면서 양 사 간 원료 공급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고, 최근엔엔 부도설까지 불거졌다.
DL그룹은 이사회 직후 "한화 측 주장처럼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묻지마 지원으로 공동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모럴해저드"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화그룹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오히려 DL케미칼에 대한 저가 공급 문제로 국세청 세무 조사 결과 추징세 1006억원을 부과받았다"고 맞받았다.
여천NCC 부도설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주력 제품인 에틸렌은 팔수록 손해인 구조가 고착화됐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8월 평균 192달러로 손익 분기점인 250~300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업체인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기초화학 부문에서만 216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역시 904억원의 손실을 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빅4는 2021년 총 9조원대 영업 이익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8784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에만 손실이 500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한국화학산업협회 의뢰로 진행한 컨설팅에서 "이대로라면 현재 석화 기업의 50%는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실 배경에는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이 있다. 과거 한국산 에틸렌의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은 최근 3년간 자국 내 생산 설비를 2500만t 늘렸다. 이는 한국의 연간 총생산량 1500만t을 뛰어넘는 규모다. 2027년까지 1500만t이 추가 증설될 예정이다. 최대 수입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돌변한 것이다. 중국산 제품은 한국산보다 15~20% 저렴하고, 원유에서 바로 에틸렌을 만드는 중동산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위기는 지역 경제로 번지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의 고용 유발 인원은 약 40만명에 달한다. 여수·울산·서산 등 석유화학 단지의 세수는 2021년 약 20조원에서 지난해 약 13조4000억원으로 33% 급감했다. 여천NCC는 지난 8일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생산 라인 차단을 확대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후속 대책은 8개월째 감감 무소식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기업에 맡겨서 해결될 시기는 이미 지났고, IMF 때 은행 구조조정 수준으로 강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이대로 놔두면 지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