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3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를 단속하면서 체포·구금된 사태 발생,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관세협상을 마무리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결승전 관람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고서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돌아온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한미 관계가 긴장될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며 “정말 좋은 관계다, 알다시피 우리는 (한국과) 방금 무역 협상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조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이든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시키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래서 우리는 이 전체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더는 갖고 있지 않은 산업이 많다. 우리는 인력을 교류해야 한다.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은 해당 분야에 능숙한 사람을 불러들여 일정 기간 머물게 하고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투자 유치를 해놓고도 막상 미국 내 취업 및 노동이 가능한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해결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에 투자하고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오랜 민원이었던 미국 비자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 큰 문제가 없거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미국 취업비자 정책과 불법체류자 단속의 제도적 상충을 인지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조지아주를 비롯해 미국 각지에서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여기에 필요한 전문 인력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합법적 취업 비자(H1B 비자)의 쿼터가 제한적이고,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상용·관광 비자인 B1·B2 비자로 우회하는 ‘편법’이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비자 정책 개선에 소홀했고, 기업들도 관행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별개로, 미국 입장에서도 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독려하는 와중에 전문 기술자의 취업 비자마저 제한하는 데서 빚어진 모순적 결과를 받아들게 된 셈이다.
8일 아이뉴스 24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호주, 칠레, 싱가포르에 많게는 1만명 이상의 전용 취업비자 쿼터가 제공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는 호주인 전용 취업비자인 ‘E3’를 통해 매년 1만500명의 쿼터를 보장받고 있다. 칠레도 ‘H-1B’ 비자를 통해 연간 1400명의 쿼터를, 싱가포르는 5400명의 쿼터를 받고 있다.

이에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동맹국이자 최대 대미 투자국인 한국도 미국으로부터 취업 비자 쿼터를 받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 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여러 기업 관계자들은 안정적 대미 투자를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 다양한 채널의 양자 협의 과정에서 비자 발급 제도 개선 성과를 끌어내는 데 역점을 두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