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3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를 단속하면서 체포·구금 사태가 발행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관세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맹국에게도 알리지 않은 이번 단속으로 인해 미 언론에서는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결승전 관람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고서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돌아온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한미 관계가 긴장될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며 “정말 좋은 관계다, 알다시피 우리는 (한국과) 방금 무역 협상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전체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더는 갖고 있지 않은 산업이 많다. 우리는 인력을 교류해야 한다.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은 해당 분야에 능숙한 사람을 불러들여 일정 기간 머물게 하고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투자 유치를 해놓고도 뒤로는 무차별적인 단속을 벌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한국 대기업 공장을 단속하면서 발생한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총 3천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관세 후속 협상은 물론 한국 대기업의 대미 투자 향방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WP는 ‘이민단속으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로 “지난 4일에 있었던 근로자 475명의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현장 단속 작전”이라며 한미가 관세 및 투자를 놓고 수개월간 껄끄러운 협상을 한 이후 이번 단속이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WP는 “한미 양자 관계는 현재도 진행 중인 관세 협상으로 민감한 국면에 놓여 있다”면서 미국이 관세를 인하하는 대가로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점이 협상의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WP는 “그러나 이번 이민 단속은 한국 기업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미국 내 사업 운영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한국은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긴밀한 안보 동맹 중 하나지만, 관세 협상 속에서 긴장이 유지됐다”면서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은 여전히 무역 합의의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체포는 한국 정부 당국자와 현대차를 당황하게 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가까운 동맹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연간 100만명 추방”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목표가 무리하게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 급습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앞서 백악관이 요구한 하루 3000명꼴의 체포·추방 실적을 채우기 위해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대규모 인력이 모인 사업장을 노리는 단속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첫 7개월 동안 ICE는 거의 20만명을 추방했다. CNN은 “이는 지난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트럼프가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운 ‘연간 100만명’에는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고 전했다. ICE의 하루 평균 체포 건수가 1000~2000건 수준에 머물자,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최근 ‘하루 3000명’이라는 할당량과 함께 체포 실적이 하위 10%에 드는 사무소는 책임자를 해고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