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상호 관세' 시대 개막… "정치가 공급망 지도 바꿔놔"

트럼프發 '상호 관세' 시대 개막… "정치가 공급망 지도 바꿔놔"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8.0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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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관세 직격탄 맞은 한국, 산업별 北미 재배치 가속
K뷰티·가전·자동차 현지화 확대…철강·ICT 관세 변수도 압박
무역협회 "경쟁력 확보" 주문, 기업들 비용·리스크 재계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유무역 질서가 7일(현지 시각) 0시 1분 미국발 '상호 관세'라는 분수령을 맞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7개월 만에 무역 파트너 전반에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는 15% 품목 관세가 적용됐고, 베트남·인도·태국 등 주요 대미 수출 기지는 20% 안팎의 고율 대상에 올랐다.

기업들은 곧바로 공급망 재편 계산서에 착수했다. 한 수출 대기업 관계자는 "단지 관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낮은 나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생산 원가, 설비 이전 비용, 미국까지 도착하는 물류비 등 총비용을 면밀히 따져보며 공급망을 재편하는 중"이라며 "과거엔 생산 비용이 생산지를 결정하는 주요 이유였지만, 이제는 정치가 공장 위치를 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지난해 대미 화장품 수출액 17억 100만달러로 프랑스를 제친 국내 뷰티업계는 15% 관세를 앞두고 현지 생산 카드를 꺼냈다. 한국콜마는 펜실베이니아주 2공장을 가동하며 미국 생산 능력을 연 3억개로 확장했고, 올해 하반기 100% 풀가동이 예상된다. 코스맥스도 미국 생산에 따른 추가 비용과 관세 파장을 비교하며 고심하는 고객사들 요구에 맞춰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가전업계는 USMCA 무관세 혜택을 노린 생산 거점을 멕시코에 집중시키고 있다. LG전자는 상반기에 베트남 물량을 일부 이전했고, 오는 9월에는 멕시칼리 신규 공장을 가동한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라인 확충과 함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의 품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15% 관세가 적용된 자동차업계는 미국 생산 확대로 대응한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조지아·HMGMA 공장을 통해 연 100만대 수준인 현지 생산을 120만대로 늘리고 부품 조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회사는 "200여 부품에 대한 견적서를 받았고 국내 수출과 현지 조달을 두고 최적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남아 20% 관세를 맞은 패션업계도 중남미로 눈을 돌린다. 한세실업은 니카라과 공장과 미국 섬유업체 텍솔리니를 활용해 물량을 재배치하고 과테말라 대형 공장을 짓고 있다. 제지업계는 약 7000억원 규모의 대미 수출이 캐나다 무관세 물량에 밀려 타격이 불가피하다. 농기계 업체들도 일본 15%, 인도 25%와 비슷한 조건 속 수요 위축과 가격 인상 한계에 직면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세계화와 자유무역 시대가 끝나고 보호무역주의와 신(新)중상주의가 밀려오고 있다"며 "무역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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