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함에 따라 향후 한국 제품이 미국에 수출될 때 적용되는 관세율에도 변화가 따르게 된다. 다만, 기존 한미 FTA를 통해 ‘0’% 관세에서 15%까지 인상됨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1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앞서 타결된 유럽연합(EU)과 통상 협상에서 유럽산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대우로서 0% 관세율이 유지하기로 했다고 EU는 설명했다. 다만 미국은 모든 품목에 대한 15% 일괄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해 양측의 설명이 달랐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에서 ‘가장 낮은 관세율’을 보장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상호관세율이 일본, EU와 같은 15%로 적용되고 반도체에서도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업계는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서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 외 세부 사항을 담은 명시적 약속이나 합의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혜국 대우라고 하지만, 미국에 반도체를 팔 수 있는 나라가 대만과 한국밖에 없는 상황에서 크게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대만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늘리는 점을 볼 때 우리나라에도 투자 압박이 계속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품목관세 결정을 위한 안보영향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품목관세율이 어떻게 결정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반도체 품목관세가 메모리 등 중간재를 넘어 스마트폰과 노트북, 가전 등 완제품까지 확대될 경우 시장 전체에 미칠 충격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반도체 품목관세를 포함해 미국의 정책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대한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32.8%)이나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편 이번 무역 협상 타결로 한국 대상 상호관세는 오는 7일부터(현지시간) 15% 세율로 적용된다. 당초 예고된 25%보다는 10%포인트 낮춘 것으로 이는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과 같은 조건이다.

상호관세 적용 대상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고 있거나 부과가 예고돼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상품이다.
현재 미국은 이미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50%의 품목 관세를 부과 중이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조사를 진행 중인 반도체와 의약품의 품목별 관세는 아직 결정되지 않아 당분간 현행 0% 또는 저율 관세로 교역이 이뤄지게 된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세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자체와 스마트폰 등 IT 제품군도 포함된다.
그간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미국과의 교역에서도 0% 관세가 적용됐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