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두산그룹이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축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것을 두고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이에 대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4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주식의포괄적교환·이전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인적분할·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두산밥캣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395억원, 매출 2조2366억원으로 두산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힌다. 지난해 연 매출액은 10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30억원으로 매년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은 반발했다.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와 안정적인 ‘캐시카우’인 밥캣의 자본거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거의 1대 1로 동일하게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주주들 사이에서 주주 권익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금감원이 24일 두산로보틱스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같은 공시 요구는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구조개편과 관련한 배경, 주주가치에 대한 결정 내용,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완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25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일단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과 관련,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공시를 통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금감원 관계자는 “두산 구조개편과 관련해 목적과 배경, 프로세스, 이로 인한 수익성·재무안정성, 위험성 등에 대한 정보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공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투자자에게 좀 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 같은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요구는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라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일정이나 합병비율의 미세조정,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등 부수적인 부분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이에 따라 합병배경과 목적, 효과가 미흡해보인다고 당국이 적시한 만큼 두산그룹은 전체 증권신고서를 원점에서 다시 써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고서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문제지만 시장에서 반발하는 합병은 신고가 수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부담요인이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이 이번 합병을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