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연내 출시를 목표로 했던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21일 보험업계 및 금융 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은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위한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진행 중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의료비에 대해 가입자 입원비에 300만~500만원의 보험금 상한을 두고, 비중증 환자의 비급여 의료비에 대해서는 자기 부담률을 30%에서 50%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금은 15조2000억원 규모로 2018년 8조4000억원 대비 81% 증가했다. 보험료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정 비급여 쏠림도 지속돼 전체 보험금 중 비급여 주사료·근골격계 질환 등에 지급된 보험금 비중은 36%까지 치솟았다.
금감원은 실손보험 계약자의 상위 9%가 80% 보험금을 타가고 계약자의 65%는 별다른 보험금 수령 없이 보험료만 납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비급여 진료 비용의 가격 편차 심화, 의료계·브로커·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보험시장과 의료시장을 동시에 왜곡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도덕적 해이, 과잉진료 등 비급여 버블을 폭증시키는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인 '제3자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전반적인 개선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고, 실손보험에 대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민간에서는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유발하고, 공영보험에선 건강보험 재정 누수, 수익성이 떨어지는 필수의료에 대한 기피현상 등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달 5세대 실손보험 약관 기본안을 금융위에 보고했고, 금융위도 실무를 마무리하고 보고 절차에 돌입했다. 보험사 역시 5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예상 보험료율까지 내부적으로 산정해 뒀다는 입장이다.
이번 실손보험 개혁의 핵심은 '비급여 관리'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5세대 실손보험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보건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비급여 개혁'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급여 개혁의 핵심은 관리급여 신설로 실손보험 비급여 중 진료비 규모가 큰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영양제 주사 등을 관리급여로 따로 설정해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연말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위해서는 이미 각 보험사의 상품구조 변경이나 각 보험사 시스템 반영이 상당히 진행됐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5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정무적 고려 때문에 출시 시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선택적 특약’ 도입 관계와도 맞물려 출시 시점을 못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미적대는 사이 실손보험을 둘러싼 분쟁은 누적되고 있다.
실손보험 관련 분쟁은 2023년 6954건에서 지난해 7264건으로 늘었고, 올해 9월까지 5482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실손보험과 비급여를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내년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에도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방안 논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