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주식 시장에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면서 지난달 가계 대출이 4년여 만에 최대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담대 증가세는 꺾였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확대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금융당국은 건전성에 위협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금융 당국의 부채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8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9월(1조1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6·27 규제 등의 영향이 본격화되며 9월 1조원대 초반까지 줄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급증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10월 한 달 간 기타대출은 1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1년 11월(2조원) 이후 3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전월 5000억원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전체 신용대출 급증세를 견인했다.
최근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린 결과다. 지난주 외국인이 7조원 넘게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도 거의 같은 규모를 순매수하며 사실상 외국인 매물을 떠안았다.
빚투 자금이 증시 상승을 떠받치게 된 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신용대출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가 전체 가계 부채 증가를 견인하거나 건전성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빚투 열기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자기 책임 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전체적으로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량목표 범위 내에서 원활히 관리되고 있다"면서 "통상 11월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시기인 만큼 가계부채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권대영 부위원장이 "그동안 (빚투를)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말했다가 "말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측면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사과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를 조이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풍선효과가 생기는 건 이미 수차례 경험한 일”이라며 “대출총량 만으로 위험을 판단하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놓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한편, 업권별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가장 크게 확대됐으며,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1조3000억원 증가했다.
보험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이 각각 1000억원, 2000억원 늘며 증가세로 전환됐으며 상호금융권의 경우 증가폭이 1조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