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한동훈은 ‘순망치한(脣亡齒寒)’…사감(私憾) 내려놓는 게 선민후사(先民後私)

윤석열과 한동훈은 ‘순망치한(脣亡齒寒)’…사감(私憾) 내려놓는 게 선민후사(先民後私)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4.01.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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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20년 지기로 전우이자 동지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등을 연출하고 있다.

다만, 다행스러운 점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똑같은 두 사람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함께 점검했다는 점이다. 국민의 어려움 앞에선 껄끄러움도 내려놓는 걸 보니, 두 권력자가 ‘사감(私憾-사사로운 일로 언짢게 여기는 마음)’은 내려놓고 다시 국민만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간 갈등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는 정치권 격언처럼 살아있는 권력과 미래권력 간 충돌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서로 간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양상으로 읽혀진다. 그 오해는 양측 간에 서운함이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부여당의 두 권력자 간 충돌양상의 표면적 이유는 한동훈 위원장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공식화한데 따른 ‘사천(私薦)’ 우려지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서 기인한 서운함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004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호흡을 맞춘 뒤 현대차그룹 비자금, 외완은행 론스타 부실매각 사건, 국정농단 특검 등 여러 수사를 함께하며 전우애와 동지애를 쌓아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8월 조국 수사로 인해 식물 검찰총장이 되거나, 지방으로 좌천당하는 등 시련도 함께 겪었다.

그러다 정권교체를 이루고 나선 행정부 수반과 법무부 장관으로 재차 손발을 맞춰왔고, 급기야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수장이라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국정운영 동반자가 됐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주장에 한동훈 위원장이 동조하는 모양새를 연출함에 순망치한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좌파진영의 목소리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물론 100%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다만, 명품백을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 못한 김 여사의 행동이 국민 눈높이로 봤을 땐 다소 부족한 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해도, 김 여사가 사과하게 되면 좌파진영의 습관적 정치공작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행될 소지가 적지 않다.

2002년 김대업 병풍사건을 시작으로 2008년 광우병 사태, 2016년 사드 논란, 2017년 드루킹 댓글공작, 2022년 뉴스타파발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등 그간 좌파진영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숱한 정치공작을 자행해 왔던 게 사실이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역시 총선을 겨냥한 정치공작 성격이 짙다. 김 여사가 집안 어른들끼리의 친분을 앞세워 접근한 종북좌파 성향의 재미목사로부터 명품백을 받은 건 2022년 9월이다. 그런데 서울의 소리 측은 이를 지난해 11월말 공개했다. 다분히 총선을 노린 정치공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따라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언론인터뷰 워딩이 ‘몰카 공작은 맞지만 김 여사도 사과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도 일정 부분 이해하지만, 본질은 총선을 노린 좌파진영의 정치공작’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러한 지적에 서울 마포을 총선에 나서는 김 비대위원 입장에선 대통령 부부가 명품백 수수 논란을 털고 가지 않으면 수도권 선거는 필패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한동훈 위원장이 등장하면서부터 ‘윤석열 VS 이재명’ 구도가 ‘한동훈 VS 이재명’ 구도로 전환됐다.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에 따른 헬기 특혜 이송 논란까지 더해졌다.

야당 인사도 아니고 여당 인사가 굳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앞장서서 들쑤실 필요까지는 있었냐는 것이다. 게다가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교한 것은 대통령을 떠나 남편으로서도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다 보니, 대통령 입장에선 인간적인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간 한 위원장과 20여년 동안 전우이자 동지로 지냈는데, 사전에 언지도 없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댄 김 비대위원에 동조하는 모습에 인간적으로 서운함을 느꼈을 수 있다.

물론 한 위원장이 시니컬한 캐릭터라는 걸 대통령도 모르지 않지만, ‘그래도 20년 동안 검찰에서 한 솥밥을 먹은 전우 사이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일번반구도 없이....’라는 괘씸한 기분도 들었을지 모른다.

한동훈 위원장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한 위원장이 연초에 전국 시도당을 찾아 신년인사회를 하다 보니 자기정치에 취해 벌써부터 미래권력 행세를 하고 있다고 대통령실은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여당 대표라는 자리가 원래부터 자기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자리가 아닌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께서 걱정하실 부분이 있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지난 18일)을 대통령실에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원론적인 발언이기도 하다.

총선이라는 총성 없는 전쟁을 이끌어야 하는 집권당 수장 입장에선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선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아예 김 여사에 대해 침묵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일정 부분 국민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대통령실을 자극하지 않게끔 최대한 톤다운 된 언급을 했다는 게 한 위원장의 입장일 수 있다.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잘 풀어나갈 텐데, 대통령실에서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여 사퇴까지 운운하다 보니 결국 강대강 대치라는 충돌양상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것.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의 두 권력자의 충돌은 공멸을 의미한다. 좌파진영에선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중도층 시각에선 볼썽사납게 비춰질 것이고, 보수층 입장에선 투표할 마음을 접게 만들 것이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이대로 가다간 총선 망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출동은 공멸을 의미함에도 신평 변호사는 ‘한동훈 교체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두 사람은 물론 중도층과 보수층, 국민의힘 예비후보 등 어느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좌파세력만 신평 변호사의 의견에 동조할 뿐이다. 보수우파를 망칠 속셈이 아니라면, 당분간 페이스북에 정치 글 게재를 중단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윤 대통령은 ‘민생’을 강조하고, 한 위원장이 ‘선민후사’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두 권력자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똑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두 권력자 간 서운함 감정은 접고 민생을 위해, 국민을 위해 서로 힘을 합쳐 선거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민생도 살고 국민도 살지 않겠나. 그래야 정권재창출도 가능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똑같은 두 사람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함께 점검했다는 점이다. 국민의 어려움 앞에선 껄끄러움도 내려놓는 걸 보니, 두 권력자가 ‘사감(私憾-사사로운 일로 언짢게 여기는 마음)’은 내려놓고 다시 국민만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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