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최얼 기자]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4일(현지 시각)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단독 환담을 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만남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빈 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을 전격 방문해 이뤄졌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수석은 “환담을 마치고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 옆자리에 동승해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행사장으로 15분간 이동했다”고 했다.
차량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다음 번에 오시면 사우디에서 생산하는 현대차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현대차와 사우디가 합작 투자를 통해 사우디에 반조립(CKD)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을 염두에 두고 양국 간 관련 협력을 더 심화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사우디 협력을 통해 예상보다 빨리 전기차가 사우디에서 생산되기를 바라는 빈 살만 왕세자의 절실한 염원이 담긴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FII 행사장에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 동반 입장해 윤 대통령이 연설과 대담을 진행하는 동안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으며,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FII 행사에서 한국을 홍보했다. 윤 대통령은 포럼에서 “아랍 속담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함께 갈 친구를 선택하라’는 말이 있다”며 “대한민국은 미래를 위해 함께 연대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했다.
포럼에 앞서 두 정상은 이날 한·사우디 양국이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 협력 범위를 수소 경제, 스마트 시티 등으로 확대하고 문화·인적 교류 확대와 미래 과학기술, 방산 등 안보 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 의지를 성명에 담았다. 양국이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이다.
양국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두 국가의 공동성명의 배경으로 보인다.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비전 2030′을 실시중인 빈 살만 왕세자와 한국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가 필요한 윤대통령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는 거다. 이는 윤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협력 범위를 다변화하고, 한국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키운 것으로 비춰진다.
양국은 이날 총 44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에서 “1962년 수교 이후 교역 규모가 400배 증가하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한 점을 환영한다”며 “상호 투자를 더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2022년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수립한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지속 심화·발전시켜 나가자”면서 “교역 및 미래지향적 산업 분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양국은 수소 경제, 스마트 시티, 미래형 교통수단, 스타트업 등에서 상호 투자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원자력, 태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및 청정 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특히 “수소 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제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네옴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우디가 추진 중인 키디야, 홍해 개발, 로신, 디리야 등 기가 프로젝트와 이에 연관된 인프라 산업의 성공을 위해 함께 협력한다”는 내용도 성명에 담았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