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사법부는 대법원장 장기 공백사태라는 초유의 비상상황을 맞게 됐다.
민주당은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사유로, 이균용 후보자가 가족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배당을 받으면서 재산 신고에서는 이를 빠트린 것 등을 들었다.
다만, 국민의힘의 판단은 다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리스크’ 부담을 덜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균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 재석 295표 중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75년 헌정사에서 두 번째로 노태우 정부 시절인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민주당은 부결 사유로 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준법의식 결여를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가족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배당을 받으면서 재산 신고에서 이를 빠트렸고, 또 아들의 로펌 인턴 특혜 의혹도 문제가 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결사유는 그저 핑계거리일 뿐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8년 고영한‧김창석‧김신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또한 김소영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피천거 돼왔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꾸준히 대법관 후보로 거론될 만큼, 자질과 능력 면에선 검증된 후보라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기준인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병역 면탈, 음주운전 등에 해당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리스크’ 부담을 덜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게 아니냐는 것.
현재 사법부를 이끌고 있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은 내년 1월 1일 민유숙 대법관과 함께 퇴임한다. 그러면 다음 대법원장 권한대행은 민변 회장 출신으로 좌파성향으로 알려진 김선수 대법관이 맡게 되는데, 민주당이 좌파성향인 김선수 대법관을 대법원장 권한대행에 올리기 위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는 게 국민의힘의 의심이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6일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장 후보자 억지 부결은 민변 대법원장을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검은 속내 때문인가?”라며 “이대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지속되면 2024년 1월부터 김선수 대법관이 대행을 맡게 된다. 민변 회장을 맡으며 극단적 좌파성향을 보인 김선수 대법관이 대법원장 대행으로 법원을 장악하게 만들고, 그 상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민주당의 검은 속내를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키고, 사실상 확정된 유죄 판결을 미루고 싶은 이재명 대표의 꼼수도 같이 반영된 방탄 부결”이라며 “방탄 단식, 방탄 호소, 방탄 부결. 대한민국 국회와 사법부가 이재명이라는 범죄자 하나 때문에 어디까지 망가져야 속이 시원하겠는가?”라고 개탄했다.
내년 2월 전국 3100여명의 법관 정기 인사가 예정돼 있다. 그런데 안철상 권한대행의 퇴임으로 좌파성향인 김선수 대법관이 권한대행직을 물려받으면, 김선수 권한대행 체제에서 법관 정기 인사 등 각종 사법부 행정업무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대표의 재판리스크 부담을 덜어줄 ‘알박기 인사’가 자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리스크’ 부담을 덜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균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는 의혹의 눈초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를 대법원장 후보로 선택하더라도 민주당이 꼬투리를 잡아 부결시킬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지난 6일자 논평에서 “더 큰 문제는 지금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 누구를 대법원장 후보로 선택하더라도 부결시킬 태세라는 점인데, 민주당은 권순일 전 대법관처럼 이재명 대표를 무죄로 만들어 줄 ‘이재명 방탄 대법원장’을 원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전 원내대변인은 “사법부는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기관이 아니다”라며 “대법원장마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제 입맛에 맞는 인물로 알박기해선 결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자신들의 발아래 두려는 반헌법적 행위를 중단하라”며 “반헌법적 행위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