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팩트시트에 안 담긴 ‘韓 핵잠 국내 건조’...과연 가능한 건가

[심층분석]팩트시트에 안 담긴 ‘韓 핵잠 국내 건조’...과연 가능한 건가

  • 기자명 최얼 기자
  • 입력 2025.11.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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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위성락 안보실장 "핵잠 국내 건조 가능"
최병묵 "핵잠 국내건조 가능하다면서 왜 팩트시트에 안담겼나"
WSJ "매년 2~3척 핵잠, 미국 필리조선소가 생산"
핵잠 국내건조 가능성 두고...국힘 "애매모호" VS 민주 "굉장한 성과"
李대통령 "美상선 뿐 아니라, 해군함정 건조도 국내서 가능"
BUT)美의회 입법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전무'....존스법 완화에 '의구심'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퍼블릭=최얼 기자]한미 양국의 무역·안보 관련 합의사항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가 14일 공개된 가운데, 특히 안보 분야에서 최대 관심사였던 핵연료 추진 잠수함(핵잠)을 과연 국내에서 건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팩트시트를 발표한 대통령실측에서 핵잠 국내 건조가 가능하다고 단정지어 강조했기 때문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간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위치를 두고 이뤄진 논의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팩트시트 타결 관련 질의응답 과정에서 ‘핵잠을 국내와 미국 중 어디서 건조할지 결정됐느냐’는 질문에 “논의 과정에서 한때 어디서 건조하느냐가 문제 제기됐지만, (한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고 반영됐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특히 위 실장은 “우리의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건 논의 안 됐다”며 “한미 정상 간 대화의 모든 전제가 핵잠을 한국이 건조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협조를 요청한 건 핵연료에 관한 부분이었다. 핵잠 건조 위치에 대해서는 일단 (한국에서 하는 걸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위한 ‘원자력 협정 개정’ 필요성 관련 질문에 “농축·재처리 문제를 하려면 미국과 후속 협의를 통해 기존 협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얼마만큼 조정할지는 협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잠 문제를 다루려면 핵물질을 군사적으로 쓰는 것이고, 이는 핵무기와는 관련이 없다”며 “군사적 목적의 추진력을 갖는 엔진에 쓰는 것이고, 이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국내에서 핵잠 건조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 발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 발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위 실장의 주장과 달리, 이날 공개된 팩트시트에는 한국에서 핵잠 건조를 승인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팩트시트에 담긴 ‘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에선 “미국은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어디서 건조하는지는 규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3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히면서도, 곧장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미국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핵잠 국내 건조’를 명문화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국내 핵잠 건조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정치평론가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이날 유튜브에서 “국내 핵잠 건조가 가능하다면, 왜 팩트시트에 명문화하지 않느냐”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보도  역시, 국내에서 핵잠 건조가 가능할지에 의구심을 내비치게 만드는 내요이다. WSJ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가 10년 안에 매년 2~3척의 원자력추진 잠수함(핵잠)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했다. 

WSJ는 “한화는 신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현재 필리조선소에서는 매년 1척의 상업용 선박이 건조되고 있지만 한화는 수천 명의 인원을 충원하고 최신 장비와 한국식 경영 효율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화가 건조하는 2~3척의 잠수함이 한국의 핵잠인지, 미 해군에 인도할 핵잠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핵잠 국내 건조를 위해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미국 측과 논의해야 하는 게 사실인 만큼, 국내 건조 여부를 두고 정치권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 여야는 팩트시트에 핵추진 잠수함이 명시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여권은 이를 두고 “굉장한 성과”라고 평가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미국 팩트시트 원문을 보면 핵잠의 연료 공급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협조’라고만 나와 있다”며 “미국이 연료를 제공하겠다는 등의 약속이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박윤주 외교부 차관에게 “핵추진 잠수함을 어느 장소에서 건조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며 “만드는 곳이 우리나라인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차관은 “세부 사항은 양측 간 협의가 더 되어야 한다”면서도 “우리가 건조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까지 핵잠 국내 건조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굉장한 성과이자 숙원 사업을 해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 정부가 지난 30년간 해보려다 못했던 사안을 이재명 정부가 매듭지었다”며 “미국이 아닌 국내 건조 필요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진하면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장영실함(3600톤급)이 진수식을 앞두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전시되어 있다(연합뉴스)
지난 21일 장영실함(3600톤급)이 진수식을 앞두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전시되어 있다(연합뉴스)

국내 핵잠 건조뿐 아니라 ‘미국 선박과 군함의 국내 건조 가능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팩트시트를 발표하면서 “미국 상선뿐만 아니라 해군 함정 건조조차도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미국 상선 및 해군 함정 건조가 국내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실제 한미 팩트시트에는 “한미 양국은 조선 분야 공급망 회복을 위해 협력한다”, “이 같은 구상들은 한국 내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미국 상선 및 군함 건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의 입법 지원이 궁극적으로 필요한게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선박과 군함이 국내에서 건조되기 위해서는 ‘존스법’(미국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선적이며, 미국 시민이 소유·운항해야 한다)과 ‘번스-톨레프슨법’(미 군함 및 주요 구성품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거나 조달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한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존스법’의 경우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 현실적으로 개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며, ‘번스-톨레프슨법’은 현재 한미 양국이 MRO(해군 함정 건조 및 운영·유지·보수) 협력을 위해 이제 막 세부 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단계로 알려진다.

실제 한 외교 소식통은 “이제서야 셧다운이 해결될 만큼, 미국의 정치 상황은 현재 양 진영으로 나뉘고 있다”면서 “아무리 미국이 정부에 입법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편이라도, 입법 지원이 원활할 것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추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 정부 역시 의회를 설득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미 팩트시트가 발표된 현 시점이야 말로,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협상의 시작이라는 것.

다음은 팩트시트 내용중 핵잠 내용과 조선업 협력방안 등이 담긴 ‘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 발전’ 전문

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 발전  원문.(이미지-대통령실 공개자료 캡쳐)
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 발전  원문.(이미지-대통령실 공개자료 캡쳐)

 

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 발전  

미국은 미국 조선소와 미국 인력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미국 조선 산업을 현대화하고 그 역량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겠다는 한국의 공약을 환영하였다. 한국은 미국이 한국 민간 및 해군 원자력 프로그램을 지지해 준 것을 환영하였다.

ㅇ 한미 양국은 조선 분야 실무협의체를 통하여 유지·정비·보수, 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회복력을 포함한 분야에서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하였다.

ㅇ 이러한 구상들은 한국 내에서의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함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다.

ㅇ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

ㅇ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하였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하여,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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