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최얼 기자]북한군 30여 명이 지난주 중부전선 일대에서 군사분계선을 남하했다가 우리 군 경고 사격을 받고 북측으로 되돌아간 사실이 나흘만에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소식을 제때알리지 않은 국방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당초 사건발생이 19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3일 북한군 고위 관계자 명의로 우리 군 경고 사격을 “엄중한 도발 행위”라는 담화문을 먼저 내면서 생긴 일이다.
조선중앙통신(이하 통신)은 23일 북한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고정철 육군 중장 명의로 된 ‘남부 국경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시키는 위험한 도발 행위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 담화를 보도했다. 통신은 “8월 19일 한국군 호전광들이 남쪽 국경선 부근에서 차단물 영구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 군인들에게 12.7㎜ 대구경 기관총으로 10여 발의 경고 사격을 가하는 엄중한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고 나무랐다.
이후 우리 합참은 “지난 19일 화요일 오후 3시쯤 중부전선 DMZ 내 군사분계선에 근접해 작업 중이던 북한군 중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경고 사격 등을 하였으며, 이후 북한군은 MDL 이북으로 북상했다”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도 24일 관련 질의에 “한국군이 수차례 경고 방송을 했지만 북한군이 불응해 한국군이 지정된 장소에 경고 사격을 했고, 북측으로 돌아갔다”며, 우리 군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합참은 비공식적으로 북한군 병력 ‘수 명’이 군사분계선 남측으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통상 ‘수 명’은 10명 미만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엔사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조사 결과 북한군 30여 명이 군사분계선을 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규모에서 부터 합참과 유엔사의 책정이 달랐던 것이다.

군은 북한군이 작년 6월과 올해 4월 군사분계선 이남을 침범해 경고 사격을 했을 때는 이를 먼저 언론에 알린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공지하지 않았다. 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북한군 규모를 줄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로인해 군 내부에서는 “북한이 절차에 따른 우리 군 대응을 ‘도발 행위’라고 억지를 쓰는데도 이를 반박조차 하지 않는 것은 더 문제”라며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더 큰 문제로는 이 소식을 북한으로부터 먼저 듣게된 부분을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이 상황으로 인해 (통신의 담화문 공개) 앞으로 북한 눈치 보면서 축소발표 했느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보인다"며 "우리 국민들이 우리군을 믿지못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 전 편집장은 "저는 대화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확성기 철거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행동들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취한다고 북한이 호응해 주지는 않는다"라며 "이런것들은 남북협상에 카드로 내야할 것이지 우리 스스로 먼저 할 내용들이 아니라고 들은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는 북한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짝사랑에 불과하기 때문에 백치 소리를 듣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이 상황에 우리 국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판단해야하냐, 국민들이 놀랄만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이후 지난해 봄부터 육상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국경선화’ 작업을 하고 있다. 관련 작업을 이유로 수차례 군사분계선을 넘으면서 우리 군은 수차례 경고 방송 및 경고 사격 조치를 해왔다.이번 북한군 담화는 이 대통령인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23일 나왔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은 이 대통령의 유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대화할 뜻이 없다는 뜻을 또다시 명확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