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이재명 정부가 1%대로 떨어진 한국 경제 잠재 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정부는 기업주도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한 '30대 과제'를 정하고 이를 위해 100조 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잠재 성장률 반등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산업 구조조정 등 구조 개혁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새 정부의 성장 전략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합동브리핑을 열고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제시한 게 핵심이다.
1%대 후반까지 떨어진 잠재 성장률을 3%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30개 분야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차세대 최첨단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이들 혁신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100조 원 이상 규모로 민관 합동 펀드를 조성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 자금을 각 50조 원 이상씩 활용한다.
가칭 '국민성장펀드'로 AI 미래전략산업 및 에너지인프라, 관련 기술·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특히 AI산업에 대해서는 지원규모를 별도로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부족하고 잠재 성장률 반등을 위한 핵심 과제인 구조개혁 방안이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과거 잠재 성장률 반등에 성공한 국가들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산업 구조 조정 등 구조 개혁을 거쳐 경제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렸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미래 산업 투자를 통한 성장률 반등은 좀비 기업 구조 조정을 통해 신산업 투자 여력을 마련하고, 해고 기준 완화로 기업들이 새로 고용할 여지를 열어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노란봉투법과 주 4.5일제를 얘기하면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사례에서 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시장 개혁과 법인세 인하 등에 힘입어 지난 2015년 0.71%였던 잠재 성장률이 2023년 1.41%로 두 배 끌어올렸다.
마크롱은 2017년 취임 직후 해고 사유 확대와 50인 이하 기업의 해고 자율화를 시행했다. 기업의 투자가 늘고 프랑스 10.1%(2016년)였던 실업률이 7.4%(2024년)까지 떨어졌다.
일본 역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재임기인 2002년(0.61%)~2006년(0.87%), 아베 신조 총리 재임기인 2011년(0.04%)~2018년(1.1%) 노동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글로벌 금융 위기(2008년)와 동일본 대지진(2011년)을 거치며 일본 잠재 성장률이 제로(0)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아베 정부는 해고 기준 완화, 비정규직 파견 근로 허용 범위 확대 등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촉진을 핵심으로 한 '위미노믹스(Womenomics)'를 추진했다.
다만, 이 같은 개혁 조치는 아베가 퇴임한 2018년 이후 노동계 등의 반발로 동력을 잃었고 일본의 잠재 성장률은 다시 작년 0.14%까지 떨어졌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3년 마이너스(–0.66%)였던 잠재 성장률을 2023년 기준 1.6%까지 끌어올렸다. 2012년 마리오 몬티 총리 시절 단행된 노동 개혁이 2014년 마테오 렌치 총리 취임으로 본격화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성과 부족에 따른 해고 등을 허용하고, 부당 해고 시비에 따른 법원의 무분별한 배상금 판결을 막기 위해 배상금 한도를 정했다. 또 택시, 약국, 의사 등 서비스 부문 규제를 풀었다.
독일도 실업수당 축소, 단기 일자리 활성화, 직업훈련 강화 등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노동 개혁으로 2010년 0.96%였던 잠재 성장률이 2015년 1.65%까지 반등했었다.
다만 이후 급격한 고령화와 산업 구조 조정 지연 등으로 독일의 잠재 성장률은 올해 0.53%까지 떨어졌다.
한국은 1990년 9.76%에 달했던 잠재 성장률이 점차 하락해 2016년 2.99%에서 올해 1.9%로 떨어졌다.
한편,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0.9%로 제시했다. 작년(2.0%)보다 1.1%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두차례 추가경정예산 투입에도 성장세가 1%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1.5%)나 코로나(0.1%)처럼 외부 충격이 컸던 때를 제외하면 최저 수준이다. IMF가 세계 경제 성장률을 3.1%로 전망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