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최얼 기자]JTBC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이른바 '허위 보도 의혹'을 자체 조사한 이른바 ‘윤석열 커피’보도에 대한 중간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2022년 2월 조사대상 보도에서 보도의 핵심 내용인 수사대상 (대장동 혐의), 수사행위(계좌 압수수색) 가 왜곡됐음을 확인했다”며 왜곡보도를 전면 시인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인들은 JTBC가 “봉지욱 기자가 대출브로커 조우형씨를 취재한 내용을 사회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과 관련, 데스크가 봉 기자의 말만듣고 철저한 검증도 없이 당시 대권후보였던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했다는 말을 믿지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해당보도의 당사자인 봉지욱 기자 또한 회사에 취재 내용들을 보고했다며, JTBC가 본인들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가지고 끼워맞추고 있다고 반발한 상황. 이에 JTBC와 봉지욱 기자간 ‘대선허위보도 책임공방’이 당분간 언론계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비춰진다.
“‘봉지욱 기자, 인터뷰 짜깁기·허위 보고”... 대선허위보도 시인한 JTBC
JTBC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18일 JTBC 봉모 기자가 대선 기간이던 2022년 2월21일~28일 당시 윤석열 후보가 대검 중수부장 시절(2011년) 조우형(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씨 에게 커피만 타주고 대장동 혐의를 무마시켰다는 취지로 보도했던 내용의 진위를 자체적으로 파악한 내용을 공개했다.
진상조사위는 “당사자인 조우형 인터뷰와 조서가 누락하거나 왜곡했음을 확인했다. 또 만난 적 없 다는 수사검사(윤석열)가 커피를 타주고 봐준 것처럼 쓴 사실도 확인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JTBC 진상조사위원회중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JTBC 사회부 산하 사회탐사팀이었던 봉 기자는 보도 4개월인 2021년 10월 당시(2022년 2월 21~28일 보도) 같은 회사소속의 A PD와 ‘조우형씨 인터뷰’를 2차례 진행했다.
A PD는 봉 기자로부터 질문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받고, 전화인터뷰 결과는 봉 기자에게 즉시 구두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회탐사팀은 이날 오후 조 씨를 직접 만나 대면 인터뷰도 진행했다고 진상조사위 측은 전했다.
조 씨는 세 차례 인터뷰에서 ‘2011년 대검 중수부 조사 경위’를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씨가 설명한 내용은 ▲대장동 사건이 2011년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대상이 아니었던 점 ▲2011년 당시 윤석열 검사는 만난 적 없다고 언급한 점 ▲본인이 계좌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윤석열 검사 소속의 대검 중수부가 아닌, ‘2012년 풍동개발을 수사한 중앙지검’이었다는 점 ▲2011년 중수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게 아니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취재한 봉지욱 기자는 해당 인터뷰를 사회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4개월 뒤 ‘남욱 진술조서(2021년 11월 19일자)’를 근거로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무마 의혹’을 보도했다고 조사위측은 설명했다. 봉지욱 기자가 사건 당사자인 조 씨의 인터뷰보다, “김만배 씨로부터 들은 것 같다”고 언급한 남욱 변호사의 말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봉 기자는)조 씨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커피를 타주고 잘해준 검사가 윤석열 이라고 보도했다”라며 “또 조 씨는‘계좌압수수색은 2012년 풍동개발을 수사한 중앙지검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는데, 윤석열 검사 가 속해있던 2011년 대검 중수부가 계좌 압수수색을 하고도 대장동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봉 기자의 의도된 ‘짜깁기 보도’역시 시인했다. 조 씨가 중앙지검으로부터 풍동개발 수사와 관련된 계좌압수수색을 2012년에 받았다고 언급한 것을 윤석열 대통령의 중수부로 각색했다는 내용이다.
조사위는 “조우형은 실제 인터뷰에서 2012년에 계좌 압수수색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라며 “2012년 계좌 압수수색을 한 검찰청은 대검 중수부가 아닌 중앙지검이고, 풍동개발 수사와 관련된 계좌 압수수색이었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봉 기자는 압수수색 시점(2012년)·압수수색 주체(중앙지검)를 되묻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봉 기자는 윤석열 주임검사가 근무하던 2011년 대검 중수부가 계좌 압수수색을 하고도 대장동을 묻지 않았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짜깁기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해당 내용들을 조사 권한이 있는 현 JTBC 구성원과 JTBC 서버에 저장된 취재기록물을 근거로, 조사대상 보도가 취재한 내용을 누락하거나 왜곡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퇴사자인 봉 기자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대장동 수사기록의 출처 및 왜곡과 누락에 대한 의도성 등은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JTBC해명에 봉지욱 기자는 ‘반발’...언론인들 “JTBC에도 책임있어”

그러나 조사위측 해명을 들은 일부 언론인들은 JTBC의 해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JTBC가 ‘대선 허위보도’책임이 없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짜깁기 보도’의혹을 받는 봉 기자는 YTN과 통화에서 조 씨 인터뷰를 비롯한 모든 취재 자료는 회사에 보고했고, 진상조사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확인도 거치지 않았다며, JTBC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반쪽 자료만 가지고 끼워 맞추고 있다고 반발했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JTBC와 봉지욱기자의 입장을 토대로 JTBC의 책임이 전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19일 유튜브채널 ‘최병묵의 팩트를 통해’ “JTBC 데스크에도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왜냐면 데스크도 나중에 허위보도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 전 편집장은 “JTBC의 주장이 다 맞으려면 봉지욱 기자가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허위로 작성해서 데스크에게도 허위로 보고해야한다”라며 “그 당시는 윤석열 후보가 더 당선가능성이 높았다. 이 상황에서 (데스크가) 더 철저히 검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편집장은 또 “만약 봉지욱 기자가 윤석열 후보와 조우형씨 두 사람의 반론을 모두 받았다 하면, JTBC가 안믿을 가능성은 없다”라며 “당사자 두 사람(조우형, 윤석열 후보)이 모두 부정했다면, 데스크는 이 사실을 다시 확인해 봐야했다. JTBC는 책임이 없고, 봉지욱 기자에게만 책임이 있다? 이거는 조사자체가 매우 미비하다고 저는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전 편집장은 “기자 한명이 데스크를 속이는건 쉽지않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봉지욱 기자 단독으로 대선을 강타한 가짜뉴스가 나오지 쉽지않다는 점을 토대로, JTBC측이 책임을 면하기 쉽지않다는 취지의 주장인 것이다. 심지어 한 언론사 고위관계자는 JTBC입장에 대해 “JTBC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쉽지않다”고 <본지>에 전하기도 했다.
한편, JTBC측은 해당조사내용과 관련해 "아직 중간단계 조사내용이라 확실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봉 기자의 보고가 진짜없었냐는 물음에 "조사결과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