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가진 연준 대신 美 재무부와 통화스와프?…‘선’ 긋는 정부의 ‘고심’ 더 커지나

‘권한’ 가진 연준 대신 美 재무부와 통화스와프?…‘선’ 긋는 정부의 ‘고심’ 더 커지나

  • 기자명 김미희 기자
  • 입력 2025.10.1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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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미희 기자]정부가 '미 재무부 통화스와프' 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한미 무역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 투자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형국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협상 마무리 가능성을 언급하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이 방미에 나서면서 결론이 빠르게 가시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다가 다소 주춤하는 흐름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6일 브리핑에서 “미국 재무부와 우리 사이의 통화스와프는 무제한이든 유제한이든 진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른바 ‘미 재무부 통화스와프’ 설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다만 이후 대변인실은 아직 양측이 합의하지 않았고 협의 중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스와프 체결 권한이 있는데, 이 같은 권한은 가진 연준이 아닌 재무부와 수백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설이 나오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재무부가 외환안정기금(Exchange Stabilization Fund)을 활용해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지만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 기금은 전체 자산은 2000억달러가 넘지만 실제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수백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17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ESF는 재무부가 외환시장 안정 목적으로 쌓아놓은 일종의 외화 비상금이다. 한국의 외국환평형기금과 유사한 개념으로, 미 연준이 제공하는 통화스와프와 함께 대표적인 달러 유동성 지원 기금으로 꼽힌다.

전통적 통화스와프가 선진국 특히 달러·엔·유로화 등을 사용하는 기축통화국을 중심으로 한다면, ESF는 경제·외교적으로 긴밀한 외국 정부에 대한 통화 위기 대응 등에 활용돼왔다. 최근 아르헨티나와 체결한 200억달러 규모의 ESF 통화스와프가 대표적인데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당초 한국이 요구한 무제한 통화스와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안이라는 점이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워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연준 의장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의장이라면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이미 통화 스와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싱가포르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는 600억달러 규모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필요 조건’이라고 강조해왔기 때문에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앞서 아르헨티나에 통화스와프 제안을 했지만 규모는 우리 정부안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식으로 3500억달러 투자가 이뤄질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미국 재무부와 체결하는 통화스와프 가능성이 아르헨티나 사례와 함께 거론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와 스와프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불과해 이번 우리 사례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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