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선불(up front)'로 못 박으면서 한국과 미국의 투자 합의를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해 3,400선을 내줬다. 원·달러 환율도 1412.4원까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틱톡 관련 행정명령 서명 후,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투자할 금액이 3,500억 달러임을 재차 확인하며 "그것도 선불"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이 요구하는 투자 방식 완화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중 현금 투자는 최소화하고 대부분 보증과 대출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재 국가 외화보유액(4163억 달러) 규모 등 외환 사정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대미 투자에 3500억 달러 현금을 집행할 경우 원·달러 환율 급등을 초래해 1997년 금융 위기에 준하는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3500억 달러는 현금으로 투자한다손 치더라도,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안전장치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필요조건으로 제시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되레 한국에 투자액 규모를 일본 수준인 5500억 달러에 근접하도록 증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이 대미 투자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지난 26일 2% 넘게 급락해 3,400선을 내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85.06포인트(2.45%) 내린 3,386.05에 장을 마치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종가 기준 지수가 3,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12일(3,395.54)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코스피 낙폭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실망감에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달 1일(126.03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11.8원 뛴 1,412.4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608억원, 4888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반면 개인은 1조 975억원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이재명 정부가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집행하더라도 통화 스와프를 얻지 못하면, 환율이 달러당 1,6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대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유지 또는 상향돼, 일본‧EU(유럽연합)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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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