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對미 3500억 달러 투자'에 통화스와프 역제안…"둘 다 쉽지 않다"

정부, '對미 3500억 달러 투자'에 통화스와프 역제안…"둘 다 쉽지 않다"

  • 기자명 안은혜 기자
  • 입력 2025.09.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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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 외환시장 안전장치 기능
전문가들 "대책 없는 3500억 달러 투자는 IMF 사태 올 수도"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2억9000만 달러(약 579조 원)다.@연합뉴스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2억9000만 달러(약 579조 원)다.@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8조 원) 를 투자하기로 한 우리 정부가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역제한했다. 미국이 비기축통화국인 한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지는 미지수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 정부는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했다. 외환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통화스와프는 자국의 화폐를 상대국에 맡긴 뒤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의 통화를 빌려오는 일종의 '국가간 마이너스 통장'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달러 유동성 위기가 심해지자 달러·원 환율은 급등세를 보였다. 2008년 10월 29일 1427원까지 치솟던 환율은 다음날 발표된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1250원으로 급각하며 반응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직후 하향 안정세를 보였고, 1년이 지난 2009년 10월 말 달러·원 환율은 11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만으로도 요동치던 외환시장을 잠재울 수 있었다. 

양국은 지난 7월 미국이 한국에 부과키로 한 25%의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세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현금 직접 투자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요구에 응할 경우 거액의 달러화가 국내에서 빠져나가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 대미 투자금은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4163억 달러)의 84%에 달한다.

정부는 대규모 대미 투자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을 미리 다독이기 위한 전략으로 통화스와프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통화스와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결정하는데, 기축통화도 아닌 원화를 받고 달러를 무제한 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시적 통화스와프 체결도 거론되지만 통화스와프 체결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의 직접 투자 압박에 대응한 협상 카드에 그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스와프 확보를 위한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직접 투자를 강행하면 과거 IMF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통화스와프가 없으면 3500억 달러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제한 통화스와프 요구를 고수하면서 향후 미국 내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시간을 버는 것도 좋은 협상전략이 될 수 있다"며 "만약 통화 스와프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안대로 직접투자는 5% 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보증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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