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최얼 기자]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오찬회동이 오는 8일 결정된 가운데,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나 어떤 의제를 내놓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던 만큼, 이번 회담이 1.5선의 장 대표에게 정치적 체급을 키울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5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일정을 소개한 뒤 "이번 회동은 특별한 의제를 정하지 않고서 자유롭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당 대표 외에 대변인과 대표 비서실장이 각각 참석하기로 했으며,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한다.
이번 만남에는 장 대표와 이 대통령의 단독회동까지 예정되어 있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6월 22일 민주당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지 78일 만이다. 특히 제1야당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며, 장 대표가 선출된 지 13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장 대표는 앞서 '이 대통령이 추후 단독 회담을 약속한다면 만남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에 김 비서관은 "장 대표 취임 후 우 정무수석이 축하 난을 전달하며 이 대통령의 회동 의사를 전달했고, 이후 이 대통령도 미국·일본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장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무수석실은 박준태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과 3∼4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이날 오전 회동에 최종 합의했다고 김 비서관은 전했다. 다만 김 비서관은 냉소적인 여야관계를 묻는 질문에 "불만이나 이견은 전혀 없었다"며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대화 필요성에 모두 동의하고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민생의제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되, 입법폭주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비서실장은 "민생 의제를 중심으로 말할 계획이지만 국회 안에서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대통령의 입장을 들어보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박 비서실장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상법 개정안 ▶특검추진 연장 ▶내란특별 재판부 설치 ▶노란봉투법 등을 대통령에게 꺼낼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외 정치적 의제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며, 정치공세성 발언을 공공연 하게 하진 않을 것이란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장 대표가 민생의제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 대통령에 강한 어조의 의제를 꺼내들어야 한다는 견해도 나타난다. 당초 장 대표가 강성지지층의 표심을 잡아 당선된 만큼, 이에 부합한 투쟁력을 이 대통령 앞에서 보여주는게 체급을 높이는데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급기야 강성 친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이 과거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단행했던 발언수위 만큼해야 한다는 입장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 시절이던 작년 4월 총선 이후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A4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15분간 읽는 등 온갖 작심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반면 장 대표가 정치공세에 매몰되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한다는 입장도 야권내에서 제기된다. 이 대통령의 경우 당시 총선압승을 명분으로 강력한 공세가 가능했지만, 장 대표의 경우 1년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공세보단 민생메세지를 강조하는게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평론가인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본부장은 장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언급할 의제들을 몇 가지 제안했다. 송 본부장은 5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사실상 1.5선인 장동혁 대표에게 이재명과의 만남은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재명에게 무엇을 따지는지 여부에 따라 장동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송 본부장은 “특히 야당을 무시하는 정청래 대표의 행태는 반드시 두 사람 모두 있는 곳에서 장 대표가 문제 삼아야 한다”며, 이 대통령과의 단독회동에서 ▶특검의 정치수사 ▶양곡법‧노란봉투법 등 민주당의 입법독주 ▶대통령 재판이 제개 된다면 법원의 결정을 따를지 여부 등을 언급하라고 제안했다.

송 본부장은 “법인카드 유용재판에서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이 이재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이 결정도 따를 건지도 물어봐야 한다”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이슈로 만들어서 정치권의 쟁점으로 만들어야, 기자들이 이 부분들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장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상황이며, 장 대표가 제기할 수 있는 입장들에 대한 평가들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이 1.5선의 장 대표에게 본인 체급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터라, 8일 장 대표의 입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