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中 딥시크… 고구려는 '중국 땅', 김치는 '중국 것'

두 얼굴의 中 딥시크… 고구려는 '중국 땅', 김치는 '중국 것'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2.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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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개발한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가 한중 간 민감한 역사·문화 문제에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질문하는 언어에 따라 답변이 정반대로 바뀌는 '일구이언(一口二言)' 행태가 드러난 것이다.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동일한 질문에도 사용 언어에 따라 상반된 답변을 내놨다. 예를 들어 "고구려와 발해는 어느 나라의 역사냐"라는 질문에 한국어로는 "고구려는 한국의 고대 국가이며 발해는 고구려의 후계자를 자처했다"고 답했지만, 중국어로 묻자 "고구려와 발해는 둘 다 중국의 변방 정권으로 중화 문명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고 답했다.

압록강 방어 요새였던 '박작성'에 대한 질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어 질문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나 개념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오타나 잘못된 표현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중국어로 질문하자 "중화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며 "중국 고대 도시 계획과 건축 예술의 뛰어난 수준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딥시크 기술 검증 결과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확인됐다. 김치 원산지를 한국어로 물으면 "한국 문화와 역사가 깃든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답했지만, 중국어로는 "원산지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라고 답변했다. 단오절 역시 한국어로는 "한국 전통 명절", 중국어로는 "중국 전통 명절"이라는 상반된 설명을 내놨다.

딥시크의 이런 답변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발간한 대학생용 교재 '중화민족 공동체 개론'의 내용과 유사하다. 해당 교재는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가 여과 없이 실려 '동북공정 완결판'으로 불린 바 있다.

보안 문제도 불거졌다. 국정원은 딥시크가 다른 생성형 AI와 달리 개인 식별이 가능한 키보드 입력 패턴을 수집하고, 중국 업체 서버와 통신하며 채팅 기록을 전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딥시크는 사용자의 모든 정보는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고, 서비스 이용 정보는 광고주와 무조건 공유되도록 설계됐다. 특히 사용자 정보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되며 중국 법률에 따라 중국 정부에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문제점들이 알려지며 딥시크 이용자 수는 급감하고 있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딥시크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지난달 28일 4900만명에서 이달 5일 2944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국내 앱 사용자 수도 지난달 28일 19만 1556명에서 이달 4일 7만 4688명으로 감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공기업, 민간 기업들도 부랴부랴 딥시크 사용 금지·제한에 나섰다. 국정원은 지난 3월 정부 부처에 딥시크 등 생성형 AI 업무 활용 시 보안에 유의하라는 공문을 배포했으며, 관계 기관과 협조해 딥시크의 기술 안정성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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