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치명적 오류 vs 단순 경정”…'SK 최태원 회장 이혼' 재판 대법원 판결 앞두고 새 국면 맞은 ‘세기의 이혼’

[이슈분석]“치명적 오류 vs 단순 경정”…'SK 최태원 회장 이혼' 재판 대법원 판결 앞두고 새 국면 맞은 ‘세기의 이혼’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6.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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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 “최태원, 노소영에 재산분할 35% 해야”
최태원 “재산분할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 발견, 상고 결심
판결문 ‘경정’에도 재산분할 액수 유지…대법원 판결에 쏠리는 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의 오류를 수정하면서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렸던 재판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1조3808억원이라는 전례 없는 재산분할 규모에 대해 법리적인 문제가 없는지 판단할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판결문 경정의 적법성까지 추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향후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회장 측은 판결문의 일부 수정으로 그칠 수 없는 ‘치명적인 오류’라고 지적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하고 나선 반면,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 경정 등에 대한 적법 여부는 대법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던 판결에 수정이 있었던 만큼, 항소심 재판부가 파기환송에 대한 여지를 남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과 관련해 조만간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이면서 예측이 불가능한 ‘세기의 이혼’ 결말이 더욱 주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제공=연합뉴스]

2심 재판부 “최태원, 노소영에 재산분할 35% 해야”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은 지난달 31일 나오면서 세간에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 줬다. 최 회장의 SK㈜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판단하면서 재계와 법조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지난달 31일 최 회장이 노관장과 이혼하며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앞서 1심 재판부가 지난 2022년 12월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20배가량 늘어난 금액으로, 이혼 소송에 따른 재산분할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액이다.

2심 재판부는 또 최 회장이 대법원 확정 판결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로 계산한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최 회장이 재산분할금을 1년 동안 주지 않는다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690억원이 넘는다.

SK그룹은 SK㈜를 통해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스퀘어, SK E&S, SKC, SK네트웍스, 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 최 회장이 SK㈜ 지분의 17.73%를 보유하면서 최대 주주에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최근 주가 기준 약 2조원대 수준이다. SK㈜ 주식을 상당 붑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경우, 최 회장은 그룹 내 지배력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2심 재판부가 최 회장의 재산 분할 비율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시한 만큼,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지분 자체를 나눠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만큼 경영권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번 2심 판결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봤다. 1심을 뒤집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는 등 배우자에게 특유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유재산은 부부가 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한쪽이 상속 또는 증여로 취득한 재산 등을 의미한다. 재산 형성에 있어 배우자의 기여가 없는 만큼, 통상적인 이혼 소송에서는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과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 당시 법원이 이 사장의 재산 2조여원 가운데 주식 형태로 보유하던 1조9000억여원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임 전 고문의 기여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임 전 고문은 결국 141억원의 재산분할을 받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역시 지난 2003년 배우 고현정씨와 이혼하면서 위자료 명목으로 15억여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별도의 재산 분할이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전국 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고(故) 강신호 전 동아제약 회장도 2006년 배우자와 이혼하면서 현금 53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오너 일가가 보유해온 회사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특유재산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도가 인정되면서 분할 대상에 포함하는 판결이 종종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사 노동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법원도 주부의 기여도를 폭넓게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2010년대부터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는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며 “배우자의 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경제활동을 하는 데 간접적인 기여가 있는 것으로 보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 나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기자회견장 나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최태원 “재산분할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 발견, 상고 결심

이 같은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최 회장은 지난 17일 “재산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상고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 자리에 나타나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최 회장은 “(항소심 재판부)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서 이뤄졌다’,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SK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돼 이를 바로잡기 위해 상고를 안 할 수가 없었다”며 “다시 한번 국민께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 드린다”고 했다.

최 회장은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며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좀 더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는 이날 오전 SK서린빌딩에서 설명회를 갖고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에 대해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다.

항소심 판결의 핵심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이 잘못돼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 골자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최 회장은 최 선대회장이 증여한 2억8000만원의 종잣돈을 활용해 1994년 11월 자본잠식 상태였던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주당 400원)를 취득했다. 이후 최 회장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던 대한텔레콤은 1998년 12월 SK컴퓨터통신을 흡수합병하며 사명을 SK C&C로 변경했다.

2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를 통해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인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은 355배로 판단했다.

최 회장의 기여분이 커지면서 이혼소송에서 분할할 재산(부부공동재산) 크기가 커졌고, 노 관장은 그 중 35%의 기여분이 인정돼 위자료 20억원과 함께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다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반박했다. 최 명예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최 회장 부부의 공동 재산은 1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고, 분할 재산도 훨씬 줄어든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의 주식가치 산정은 판결의 뼈대가 되는 중대한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 심리를 통해 파기환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또한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판결문 ‘경정’에도 재산분할 액수 유지…대법원 판결에 쏠리는 눈

이처럼 최 회장 측이 항소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자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판결문 일부를 경정(수정)하면서도 위자료 20억원과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 판단에는 영향이 없다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최 명예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SK C&C 전신)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한 것이 골자다. 그 결과, 해당 주식 가치가 15년새 4456배 불어난 과정의 기여도 판단도 달라졌다.

당초 재판부는 최 회장과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각각 355배와 12.5배로 판단했는데, 오류 수정에 따라 각각 35.6배와 125배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심리할 이혼 소송 상고심 판결이 더욱 복잡해졌다.

일단 대법원은 1차로 항소심 판결문 수정이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적밥하다고 판단할 경우, 수정된 1000원을 전제로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이 타당한지 여부를 심리하게 된다.

판결문 경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해도 항소심 판결이 즉각 파기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수치(100원)로 기재된 판결을 전제로 한 항소심의 결론이 타당한지 여부를 가리게 된다.

잘못된 수치로 판단했음에도 항소심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보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경정 결정만 파기하는 결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기준(100원)이 항소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대법원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려 서울고법에 돌려보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민사소송법 221조에 따라 항소심의 수정 결정에 불복해 즉각항고장을 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대법원은 항고심과 상고심을 각각 별도로 배당해 두 사람의 이혼 사건을 각각 심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수정한 부분이 ‘치명적 오류’로, 단순히 판결문 수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판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최종 결과를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다만,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소송의 판결을 내린 항소심 재판부가 오류를 범하고 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법원 판사·법무부 송무심의관 출신 정재민 변호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판결 오류에 대해 “중대한 판결 변경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경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결 경정은 판결의 실질적 내용이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누가 봐도 명백한 사소한 누락, 오기, 계산 착오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이것은 경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텔레콤 가치가 처음에 8월에서 100원이 아닌 1000원이란 것은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12.5배에서 125배로 10배 뛴 것”이라며 “그만큼 최 회장의 기여도는 낮아지고 그에 기해 노 관장의 기여도도 낮아진다”고 짚었다.

그는 또 “이렇게 중요한 부분에 대한 오류가 있는데도 재산분할 비율에 영향이 없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며 “이렇게 구구절절한 설명자료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법조계 인사의 지적을 비춰봤을 때, 한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판결에서 경중 여부를 떠나 오류 자체가 발견된 점은 상고심 판결과 상관없이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과 관련해 조만간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이면서 예측이 불가능한 ‘세기의 이혼’ 결말은 더욱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36 단독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이 노 관장의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의 1심 선고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에 따라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계약에 정한 날짜에 따라서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인은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의 일부를 인정하면서 아트센터 나비가 약 1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 측이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해지 이후의 일부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라며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권리남용·배임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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