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지난달 30일 항소심 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 금액은 지난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재산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재산 분할 금액뿐만 아니라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의 존재가 딸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30여년 만에 새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이 돈이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추가 비자금이었다는 점을 규명하거나 추징할 방법은 없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과 메모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인정했다.

이 메모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이다. 여기에 ‘선경 300억원’이 쓰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또 ‘선경 300’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봉투에 액면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넣고 보관했다고 한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메모와 어음을 증거로 제출하며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는 대신 최 전 회장은 담보로 선경건설 명의로 이 어음을 전달했으며, 이 돈이 1991년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하며 재산분할 액수를 1심의 20배 수준으로 높였다.
12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는 300억 원이 불법 자금인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지만 “만약 노태우 측이 최종현으로부터 받은 약속어음과 보관 경위가 (이번 재판이 아닌 과거에) 대외적으로 공개됐다면 대한민국이 최종현을 상대로도 추심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도 불법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항소심 판결 이후 300억 원이 비자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불법 비자금은 전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 관장 측은 “불법 자금이라고 볼 증거가 전혀 없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게 불법성이 있다면 상식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그런 불법적인 자금을 사돈(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맡겼겠느냐”고 주장했다.
다만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 측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대로 300억 원이 SK에 흘러갔다고 인정하더라도 ‘불법 비자금’일 수 있는 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 SK 측은 재판 과정에서 300억 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SK 주장대로 비자금을 받은 대가로 ‘300억 원 약속어음’을 발행한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쓸 자금을 약속한 것이 맞다면 재산 분할금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고 전했다. 가령, 약 2조 원 규모의 SK㈜ 주식 1297만5472주(지분 18.44%)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심도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재산분할금을 665억 원만 인정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300억 원이 SK에 실제로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환수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