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이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외에서는 범죄조직과의 거래 의혹이, 국내에서는 ‘이자 장사’ 비판이 제기되며 향토은행으로서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전북은행은 캄보디아 현지법인을 통해 미국·영국의 제재를 받은 프린스그룹(Prince Group) 및 가상자산 세탁 혐의의 후이원그룹(Huione Group)과 거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금세탁 관리(AML)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북은행이 그룹 실적 확대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높은 대출금리와 막대한 임원 성과급으로 ‘고금리 장사’ 논란까지 겹쳤다. 지역금고를 맡은 향토은행이 도민의 신뢰를 저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 속에 전북은행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프린스·후이원과 거래” 전북은행의 허술한 AML 관리
![▲캄보디아 프놈펜 프린스그룹 본사 건물의 프린스은행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0/281914_283179_317.jpg)
[더퍼블릭=손세희 기자] 국내 지방은행 전북은행이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그룹과 대규모 금융거래를 이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AML 관리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전북은행은 가상자산 자금 세탁 혐의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은 후이원그룹과도 유일하게 거래한 국내 은행으로 확인돼 금융당국의 추가 조사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캄보디아 프린스 및 후이원그룹 거래 내역’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 5곳이 프린스그룹과 거래했다.
전체 거래액은 2146억8600만원에 달했으며, 이 중 전북은행의 거래금액은 1252억800만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KB국민은행 707억8800만원, 신한은행 77억900만원, 우리은행 70억2100만원, iM뱅크 39억6000만원 순이었다.
은행들이 프린스그룹에 지급한 예금이자는 총 14억5400만원이었다. 전북은행이 7억87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 6억7300만원, 신한은행 6100만원, 우리은행 1100만원이 뒤를 이었다. 현재 프린스그룹 자금 911억7500만원은 국제 제재 이행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동결한 상태다.
특히 전북은행은 후이원그룹이 지난 2018년 개설한 당좌예금 계좌를 보유한 유일한 은행으로 확인됐다. 잔액은 10만원에 불과하지만 수표·어음 거래가 가능한 당좌예금의 특성상 입출금이 자유로워 실제 자금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다.
강 의원은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국내 은행의 현지법인을 통해 자금을 세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일부 은행이 국내 코인거래소의 실명계좌 제휴 은행이라는 점에서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린스그룹은 인신매매·감금·살인 등 범죄 혐의로 미국 재무부와 영국 외무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기업이다. 후이원그룹 역시 국제자금세탁 감시기구(FATF)로부터 ‘고위험 고객군’으로 분류돼 있다.
이 두 조직 모두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 통로로 지목되어 왔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의 연루 가능성이 제재 위반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PPCB 내부통제 부실 논란...백종일 행장 연임에도 ‘먹구름’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프놈펜상업은행(PPCB) 본사 [사진=JB금융그룹]](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0/281914_283188_5221.jpg)
전북은행의 캄보디아 현지법인 프놈펜상업은행(PPCB)은 전북은행 지주회사인 JB금융그룹의 대표적 해외 성공 사례로 꼽혀왔다.
PPCB의 순이익은 2021년 208억원, 2022년 301억원, 2023년 344억원, 2024년 38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룹의 글로벌 실적 기여도 면에서도 PPCB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2.9%에서 올해 상반기 10%를 넘어섰다.
현재 연임 심사를 앞두고 있는 백종일 전북은행장은 PPCB 행장 시절의 실적을 기반으로 전북은행장에 올랐지만, 그 시기 프린스그룹과의 대규모 거래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경영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전북은행이 프린스그룹 거래를 시작한 시기와 규모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거래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51건, 누적 1252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은행권 전체 거래 건수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결과적으로 전북은행이 프린스그룹의 주요 거래 창구로 기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북은행의 현지 경영 구조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PPCB의 대형 고객 거래 과정에서 본점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고위험 고객의 등급 조정 및 제재 결과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처리됐는지가 관건이다.
더 큰 논란은 전북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의 실명계좌 제휴 은행이라는 점이다. 오프쇼어(해외)와 온쇼어(국내 실명계좌)가 연결될 수 있는 구조는 자금세탁 경로로 악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미 국내 금융사들에 프린스그룹 등 범죄 관련자와의 거래 지속 시 2차 제재 위험이 있다며 주의를 요구한 상태다. 전북은행은 현재 PPCB 내 프린스그룹 자금의 동결 여부와 향후 처리 방안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대응 시점과 내부 통제 절차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권은 금융당국에 전수검사와 제재 대상 지정 검토를 요청했다. 감독당국이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로는 ▲고위험 고객군 집중검사 ▲현지법인 AML 내재화 점검 ▲제재이행 위반 시 기관경고 및 임원 문책 ▲성과급 환수 제도 적용 등이 꼽힌다.
‘이자 장사’ 논란에 향토은행 정체성 흔들려

전북은행은 ‘이자 장사’ 논란으로 지역 대표 향토은행으로서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권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이자 장사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달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시중은행뿐 아니라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의 수익 구조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북은행은 전북도 제2금고로서 7000억원대 공공자금을 운용하는 지역 대표 금융기관이다. 향토은행이라는 명분 아래 수십 년간 도청 로비를 차지하며 지역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자료는 전북은행의 영업 구조가 예금 대비 대출금리 차이, 즉 예대금리차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북은행의 전체 예대금리차는 5.83%로 전국 19개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시중은행이 2%대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일반가계예대금리차도 7.30%로 1위를 기록,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 또한 5.94%에 달해 2위인 제주은행(4.87%)을 1%p 이상 웃돌았다.
이에 전북은행은 서민금융 및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높은 금리가 일반 도민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고금리 장사’ 비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와 지역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김성수 전북도의원은 전북은행의 높은 예대금리차에 대해 “역대 최악의 불경기 속에서도 예금금리는 빠르게 낮추고 대출금리는 고수한 결과”라며 “전북은행이 향토은행으로서의 책임감을 저버린 채 서민과 중소상공인의 고통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은행은 이자 수익 중심의 영업 구조 덕분에 최근 몇 년간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885억원, 순이익은 221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8.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예대마진은 5.83%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가산금리 역시 10.02%로 지방은행 중 가장 높았다.
이러한 수익 구조는 또다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JB금융지주 김기홍 회장은 지난해 17억3000만원의 성과급을 포함해 총 23억80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사장·전무·상무 등 임원진에게 지급된 성과급만 28억6000만원에 달했다.
전북은행 측은 당기순이익(6775억원)이 사상 최대치였던 만큼 성과급 지급은 정상적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공적 자금과 도민 예금을 기반으로 한 고수익이 임원 보수로 이어지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2금고의 평균 예치 잔액이 1금고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만큼,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얻고 있는 전북은행이 도민과의 상생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균형 문제에 맞닥뜨린 전북은행이 향토은행으로서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퍼블릭 / 손세희 기자 sonsh82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