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o Z] ‘서로 물고 뜯었던’ JB금융 vs 얼라인...“뭐든 적당히가 좋다”는 의견 속 승자는?

[A to Z] ‘서로 물고 뜯었던’ JB금융 vs 얼라인...“뭐든 적당히가 좋다”는 의견 속 승자는?

  • 기자명 신한나 기자
  • 입력 2024.04.0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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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주총 시즌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정부의 ‘밸류업(가치상승)’ 프로그램을 등에 업고 거센 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금까지 열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가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쉽다는 평을 남겼다.

금융권에서도 행동주의펀드와 기존 경영진간의 대립이 두드러지는 기업이 있다. 바로 JB금융지주다. 지난 2022년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 측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JB금융의 지분 14%를 인수하면서 이들의 갈등 구도는 본격화됐다.

올해 이들의 갈등 키워드는 ‘이사회 구성’이다. “이사회를 갈아엎자”는 얼라인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경영진의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만약 이번 주주총회가 얼라인의 승리로 끝날 경우 금융기업 이사회에 주주가 제안한 이사가 선임되는 ‘최초의 사례’가 되겠지만 동시에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펀드에 의해 기업 장기 전망이 흐려진다는 우려도 나오게 된다.

이에 <본지>는 JB금융의 기존 경영진과 행동주의펀드의 대립 양상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주주총회 결과까지 ‘한 큐’에 전달하고자 한다.

▲ 기업과 자본 (사진제공=연합뉴스)
▲ 기업과 자본 (사진제공=연합뉴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더퍼블릭=신한나 기자] 행동주의펀드는 주주행동주의를 실행하는 헤지펀드이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기업이 주주들의 의견을 경영에 잘 녹일 수 있도록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행동주의펀드는 일정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매입, 구조조정 등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고 기업 경영진을 압박하기도 한다.

행동주의펀드 역시 사모펀드의 일종이기 때문에 결국 ‘수익 증대’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마냥 선하거나 정의로운 존재로는 보기 어렵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CI (사진제공=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CI (사진제공=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얼라인은 지난 2021년 9월에 설립된 행동주의펀드다. 골드만삭스 콜버그크래비스로비츠(KKR)에서 근무했던 이창환 대표가 독립해 만든 회사다. 설립 후 얼마 안 돼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이사회의 영향력을 무력화시켜 유명세를 탔다.

얼라인은 지난 2022년 JB금융지주 지분 14.04%를 인수하고 2대 주주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7대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개별 금융지주사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고 있다.

얼라인 측은 “7개 금융지주사에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은 평균 6.1%로 우리나라 명목 경제성장률(약 4% 수준)을 크게 초과, 자본 배치 관점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은행별 목표 CET1(보통주자본비율, 잠깐용어 참조) 비율인 13~13.5% 조기 달성을 위한 위험가중자산 성장률 관리(연 3~4% 이내), 그리고 목표 CET1 비율을 초과하는 자본의 주주환원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얼라인이 JB금융에 요구하는 것은 현재 JB금융 이사회 구성에 문제가 있어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JB금융이 재선임하겠다고 밝힌 사외의사·비상임이사가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 장기 집권하고 있는 데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얼라인의 입장이다.

얼라인은 JB금융 이 같은 이사회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비상임이사 2인으로 증원 ▲자신들이 제안한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것 등의 목표를 세웠다.

얼라인은 JB금융 이사회를 개혁하면 저평가 돼 있는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JB금융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7배로 KB금융지주와 함께 한국 은행주 중 최고 수준이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4.1배로 KB금융,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에 이은 4위에 머물러 있다.

매년 이어온 대립각, 올해는 순탄했을까?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얼라인과 JB금융 경영진은 한차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얼라인은 JB금융이 배당을 주당 715원으로 제시하다 주다 900원은 책정해야 한다고 되받아쳤다. 뿐만 아니라 얼라인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서울지점 대표 등을 지낸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줄 것으로 제안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올해는 얼라인이 기존 사외이사 중 4명을 이회승 리딩에이스캐피탈 투자본부 이사와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 김동환 UTC인베스트먼트 대표, 백준승 전 피델리티 애널리스트로 바꾸고 비상임이사 정원도 한 자리 늘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신규 선임하라고 요구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 JB금융지주 CI (사진제공=JB금융지주)
▲ JB금융지주 CI (사진제공=JB금융지주)

JB금융 측은 이희승 후보에 대해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다른 후보는 사실상 거부했다. 대신 기존 사외이사 7명 전원 재선임에 더해 이희승 후보와 또 한 명의 사외이사를 더해 총 9명의 사외이사를 두겠다고 밝혔다.

얼핏보면 JB금융이 얼라인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는 듯 했지만, ‘이사회 물갈이’를 주장했던 얼라인의 기존 입장에 반하는 반향이었다.

그러면서 JB금융은 “얼라인이 추천한 이희승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 이사를 추가 추천하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 공정성·균형성을 해치고 이해 충돌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얼라인도 반박을 이어갔다. 얼라인은 “이사 후보 주주제안은 법으로 보장된 주주의 고유한 권리”라며 “사외이사의 경우 누가 추천했는지와 무관하게 어떤 후보가 더 나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있는지를 놓고 공정하게 경쟁해 투표를 통해 주주 의사에 따라 이사회가 구성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얼라인은 JB금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지난 7일 전주지방법원에 주주총회 검사인 신청과 함께 핀테크 업체 핀다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JB금융은 지난해 핀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JB금융은 핀다 지분 15%를 인수했고 핀다도 JB금융 지분을 샀다. 지분율은 0.75%로 1%가 채 되지 않지만 JB금융의 우호 지분인 것은 확실하다.

얼라인은 JB금융이 상법상 상호주 규제를 회피하며 탈법적인 방식으로 상호주를 형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핀다가 보유한 JB금융의 지분은 상법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JB금융 측은 “전북은행은 핀다의 지분 10% 가운데 5%만 직접 보유했고, 나머지 5%는 전북은행과 JB인베스트먼트가 조합원으로 결성한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며 “조합은 상법상의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아, 핀다가 보유한 JB금융 주식은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호주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얼라인이 핀다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표 대결’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핀다 지분이 소수일지라도 거슬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주총회는 ‘집중투표제’로 진행된다. 집중투표제는 ‘1주=1표’가 아니라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주총회 투표에서 선임되는 이사가 7명이라면 주당 7개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7표를 자유롭게 다양한 후보에게 던질 수 있는 제도다.

전략에 따라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도 있고 여러 후보에게 분산 투표도 가능해 소액주주들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한 표, 한 표가 아쉬운 얼라인이 핀다의 손발을 묶은 것이다.

결국 법원은 얼라인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래서 결과는?

▲ 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입장하는 주주들 (사진제공=연합뉴스)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JB금융 기존 경영진과 얼라인 측의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주총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었지만 중복 위임장 검수 문제로 30분 지연되고 집중투표제 개표 문제로 또 지연돼 결국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시작했다.

주총시간이 점심시간 이후로 밀리면서 일부 주주들은 주총장을 나서면서 “주주가 장난이냐, 회장님도 조치를 취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하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어두운 분위기 속 결과는 얼라인의 절반의 승리로 결론이 지어졌다. 당초 이길 것이라고 예상됐단 JB금융이 사실상 표 대결에서 패한 것이다.

먼저 얼라인이 주주 제안한 주주 제안한 김기석 주식회사크라우디 대표이사와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투자본부 이사 등 2명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희승 사외이사는 얼라인의 추천을 받았지만 JB금융도 찬성한 후보다.

지금껏 국내에서 금융회사에 주주 제안 이사가 들어간 사례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JB금융이 가지는 의미가 커지게 됐다.

얼라인이 이번 주총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집중투표제 도입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번 주총에서는 다섯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1주당 갖는 투표권이 총 5개였는데, 표가 분산됨에 따라 얼라인에게 유리한 양상이 펼쳐졌다.

얼라인 측은 “김기석 사외이사의 선임은 국내 금융지주 역사상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로 선임된 첫 사례”라며 “집중투표제의 중요성과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얼라인이 주장한 비상임이사 증원 의안은 부결됐다. 이것이 얼라인의 승리가 ‘반쪽짜리’로 평가 받는 이유다. 현재 JB금융 비상임이사는 한 명으로 최대주주인 삼양사 관계인인 김지섭 CSR총괄 부사장이 맡고 있다.

이밖에 ▲제무제표 승인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도 모두 의결됐다.

얼라인이 이사회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앞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견제의 강도도 거세질 전망이다.

뭐든 적당히가 좋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JB금융의 이사진이 다소 장기집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지배구조상 문제가 보이긴 했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인 행동주의펀드가 이사회에서 입지를 넓혀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관여하게 될 경우 장기적인 성장보단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동주의펀드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희생하면서 단기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자사주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의 조치를 추진하지만 기업 존속의 관점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미국의 10대 행동주의펀드가 지난 2018~2019년 경영 개입에 성공한 67개 기업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면 고용이 위축되고 수익성은 악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무리한 배당 확대를 요구하거나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기업 성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뭐든 ‘적당히’가 좋다”는 의견을 전했다. 주주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나칠 경우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는 “생소했던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것부터 주주 제안 이사가 선임된 것 모두 이번 주주총회에서 얻은 큰 가치”라고 박수치면서도 “얼라인의 이사회 진출로 지나치게 ‘단기주의’를 추구하게 될 경우 회사의 장기 전망에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을 수 있는데 JB금융이 다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퍼블릭 / 신한나 기자 hannaunce@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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