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전체, 中 분석 거쳐 해외 반출 우려… "자체 생태계 시급"

한국인 유전체, 中 분석 거쳐 해외 반출 우려… "자체 생태계 시급"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8.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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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료, 장비 없는 지사 거쳐 중화권 분석센터로 이동
안보·산업 가치 부각… 미·중 '유전체 패권' 격돌 사례 잇따라

[사진=노보진]
[사진=노보진]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국인의 유전체 정보가 중국 분석망으로 흘러들어가 국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유전체 분석 기업 노보진은 지난 6월 전액 출자 자회사 노보진 코리아를 설립했다.

'세계 5위 역량'을 앞세운 노보진 코리아는 국내 병원, 연구 기관에 20~30% 할인 카드를 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문제는 국내 지사에는 분석 장비가 없다는 것. 접수된 시료는 곧바로 중국 본토나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 센터로 옮겨져 해석 과정을 밟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유전체(genome)는 개체가 지닌 모든 유전 정보를 뜻한다. 질병 위험도, 약물 반응, 신체 특성이 일제히 드러나는 최상위 민감 정보로 분류된다. 기술 고도화로 개인 식별도 가능해지며 안보 가치가 급상승했다. 이에 유전체 데이터의 해외 반출은 국가 전략 자산 유출과 직결된다.

중국계 유전체 기업은 과거에도 데이터 이전 논란에 휩싸여왔다. 2021년 로이터는 유전체 분석 세계 2위 기업 BGI가 52국 800만명 임신부 유전체를 수집해 중국 인민해방군과 공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보진 설립자는 BGI 출신 리뤼창이다. 노보진도 2011년 창업 이후 2023년 "대만에서 확보한 시료를 중국으로 보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해킹 위험도 존재한다. 미국 유전체 기업 23앤드미는 2023년 690만명의 정보를 탈취당했는데, 피해자는 주로 유대계와 중국계 고객이었다. 국외로 이동한 데이터가 다시 제3국으로 유출된 것이다. 

미국, 중국은 유전체를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상호 간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국방부는 BGI그룹과 자회사 MGI를 '중국 군사 기업'으로 지정했다. 중국도 세계 최대 윤전차 분석 기업인 미국 일루미나의 분석 장비 수입을 차단하며 맞불을 놨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인 100만명을 대상으로 한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2032년 완료를 목표로 건강검진 기관과 대형 병원에서 검체를 모으고, 국내 기업과 연구 기관이 분석을 맡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과 연계해 신약 개발, 정밀 의료, 질병 예측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보진의 저가 공세는 국내 유전체가 해외 분석망에 종속될지, 아니면 자국 내 생태계를 뿌리내릴지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자체 유전자 분석 생태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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