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한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유예기간 만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0% 관세'로 돌아가는 것보다 실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미국과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중 무역 담당 참모들을 만나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율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호관세 유예 연장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이뤄진 첫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 요구가 한층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합리적 타결 도출을 위해 미국 측 요구 중 수용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신중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3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연 3차 한·미 관세 실무·기술 협의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의 주안점은 실용주의적 결과 도출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무역 불균형을 줄이고, 재균형을 달성하면서도 상호이익 되는 방안을 찾을 것인지에 초점을 둔 협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용주의적 협상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미 양측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지난달 24∼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관세 협상 3차 기술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그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간한 불공정 무역장벽 보고서(NTE)라는 게 있는데 그런 것이 대부분 다 테이블에 올라 있다고 보면 된다"며 "설명할 것은 (미국 측에) 설명하고 같이 고민할 건 같이 고민해보자 하고 왔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도입 정책의 목표가 제조업 르네상스인 만큼 한국이 이 비전 실현을 뒷받침할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협상 잘해도 관세 전의 현상 유지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더라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측은 당초 이번 관세 협상의 대상이 10%의 '기본관세'를 제외한 나머지 상호관세에만 국한된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들어 자동차, 철강 등 품목 관세도 논의해볼 수 있다면서 태도를 일부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한국에 총 25%의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10%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기본 관세'로 이미 부과 중이다. 나머지 15%가 대한국 무역적자를 기반으로 산출한 맞춤형 관세로 7월8일까지 일단 유예됐다.
이 관계자는 "품목 관세에 대해선 미국 입장은 '상호관세 15%'만 협상할 수 있는 입장이었으나, 이번에는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약속의 규모에 따라 품목 관세도 들여다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이번에 미국 측의 입장이 일부 변화된 점도 감지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워싱턴DC의 미국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공정성과 상호성?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미국 해방의날 관세 재검토' 보고서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 일괄 적용한 25%의 상호관세가 경제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관세율에서 설득력 있는 경제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는 이번 관세가 합리적 분석에 기반한 무역 정책이 아닌 정치적 도구로 더 잘 이해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각종 규제 등 한국의 비관세조치에 대해선 "USTR이 한미 무역에서 규제의 경제적 영향을 포함해 비관세조치에 대한 평가를 제공했지만, 한국과 같은 무역 파트너에 대한 상호적 조처에 해당하는 수준의 미국 관세 수준을 정당화할 양측의 합의된 평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또한 "한국의 대미 관세는 0%에 가깝고, 미국의 관세가 이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건 엄격한 상호주의에서 이탈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 소비자 비용을 증가시키고 기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양국 관계를 긴장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 분석 결과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등을 통해 미국과 무역에서 가장 공정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비관세 조치나 기술적 무역장벽에 대한 우려가 지속된다면 기준 양자간 메커니즘을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