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0/279671_280672_4921.pn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미 간 관세 인하 협상이 석 달째 공전하고 있다. 여기에 반미 정서까지 고개를 들면서 70년 동맹의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7월 30일 워싱턴 DC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특파원 대상 브리핑이 열렸다. 세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상호 관세의 막차를 탄 듯했던 한미 양국은 이후 세부 이행안 마련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백악관이 "한국이 자동차와 쌀 등 미국산 제품에 역사적인 시장 접근권을 제공했다"고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정부 간 공식 입장이 엇갈린 것이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 회견에서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후 타임 인터뷰에서는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비공식 경로에서는 '한국을 밟는다고 밟아지는지 보라'는 식의 발언도 오간다"고 언급했다. 김정관 장관도 "책상을 치며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모두 동맹 관계에서 보기 어려운 강경 발언들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친명계 인사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선불(up front)' 발언을 두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며 "한국은 경제 식민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정 감사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이 1980년대부터 청사 임대료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부지 임대료를 시세로 환산하면 연 193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진보당 역시 "미국은 동맹을 파괴하는 협박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말 방한을 앞두고 거리 움직임도 감지된다. 민주노총 등은 주한 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반(反)트럼프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2017년 이후 8년 만에 대규모 반미 집회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가 국내 반미 여론을 협상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런 협상 전략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외교 관례가 통하지 않는 '직거래식 통상 압박'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는 '무역 수지 불균형 해소' 요구를 거부했다가 39%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았고,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의 발언으로 50%의 관세 폭탄을 맞았다.
외교가에선 이번 사안을 두고 "동맹 간 이견이 존재하더라도 공개적 여론전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간 갈등이 고조될수록 외교적 신뢰가 손상되고, 협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