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분명 파격적인 이재명 정부 내각인선 ‘중간점검’

[심층분석]분명 파격적인 이재명 정부 내각인선 ‘중간점검’

  • 기자명 최얼 기자
  • 입력 2025.06.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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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출신 안규백, 첫 민간인 국방장관…20년만에 다시 통일장관 컴백한 정동영
환경부 '기후 공약 설계' 김성환...부산 해수부 'HMM 이전 추진' 전재수
40대 AI 전문가, 네이버 첫 여성 CEO…전문+파격인사
“양곡관리법=농망법”송미령 유임...강훈식 “실용주의 기반”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퍼블릭=최얼 기자]이재명 정부의 초기 장관인사가 지난 23일 발표된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파격적이란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이 후보자는 외교부·국방부·통일부·환경부·해양수산부(해수부)·여성가족부(여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장관‧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후보자를 지명했는데, 특히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를 행정가나 학자출신이 아닌 기업 출신 전문가들로 꾸려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챗GPT는 이재명 정부 인사문제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이번 인사는 정치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실용주의 인사 실험”이라며 “성과 중심 국정 운영, 민관 협력, 정치 기반 다지기, 그리고 남북관계 전환의 시그널까지 담겨 있어 단순한 내각 구성이 아니라 국정철학을 담은 전략적 설계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이 인사들의 성과와 실행력이 어느때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을것으로 평가되며, 이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국방부‧해수부‧보훈부 인선도 파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방부의 경우 민간인 출신 안규백 의원을 인선했고, 해수부의 경우 부산지역 유일한 현역의원인 전재수 의원을 후보자로 낙점했다. 보훈부의 경우 보수진영의 친유승민계 인사인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을 낙점했고,  농림축산식품부직에는 송미령 현 장관 유임하는 등 파격적인 결정을 단행했다.  이에 <본지>는 전반적인 이재명 정부 내각에 대해 알아봤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23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23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먼저 외교부·국방부·통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이날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 데 이어 이날 통일부 장관에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외교부 장관에는 조현 전 차관을, 국방부 장관에는 안규백 의원을 지명했다. 미국 뿐 아니라, 다자외교 컨셉을 둔 인선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조 차관의 외교부장관 지명은 이재명 정부가 대북 정책에 있어선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되, 대외 관계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 안보 관료 출신들을 전면 배치해 향후 외교 전략을 균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 1·2차관과, 주유엔 대사 등을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2002년 외교부 다자통상국 심의관 당시에는 한일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관여했고, 2004년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 시절 한·멕시코 FTA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첫 민간인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육군 방위 출신인 안 후보자는 민주당 전신인 평화민주당 당료로 정치권에 들어와 18대부터 22대까지 내리 5선을 지냈다. 의정 활동 대부분을 주로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며 20대 국회에선 국방위원장을 맡아, 국방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민간인 출신의 장관이 군을 지휘하는 것에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민간인 출신인 안 후보자가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배경엔 12·3 비상계엄에 군이 동원되면서 여권 안팎에서 개혁 필요성이 요구된 측면이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민간인 국방장관 임명을 추진했지만, 북한 핵 등 안보 문제와 군 조직 장악력이 약할 것이란 우려로 좌초됐다. 그러나 지난 비상계엄 당시 육군 중장 출신인 김용현 장관이 계엄을 밀어붙인 것을 근거로 여권에서는 민간인 출신 장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정동영 후보자 임명이 확정되면 2005년 노무현 정부 통일장관을 한 지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장관으로 귀환하게 된다. 정 후보자와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가 발탁된 것을 두고 여권에선 경색된 남북 관계에 반전을 꾀하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보은성 인선이란 비판도 야권에서 제기된다. 정 후보자 지명에 이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도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대 대선당시 정 후보자 캠프에 몸담은 바 있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환경부·해양수산부·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는 각각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김성환·전재수·강선우 의원을 각각 지명됐고, 특히 국가보훈부 장관으로는 TK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출신인 권오을 전 의원이 지명됐다.

먼저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이번 대선 때 선대위 정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으며 이 대통령의 기후·에너지 분야 공약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과 신재생에너지 분리법, 그린수소 지원법, 전기차 양방향 충전 의무화법 등 ‘재생에너지 3법’과 같은 기후·에너지 관련 법안들을 발의했다.이에 향후 정부 조직 개편으로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될 경우, 김 후보자가 장관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기후·에너지 담당 부서가 기후에너지부로 이관하면 김 후보자의 권한은 더 커진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이번 대선에서 해수부와 해운사 HMM 부산 이전, 부산 해사법원 유치 공약을 뒷받침했다. 전 후보자는 HMM 노조와 HMM 부산 이전과 관련한 협상도 주도했다. 이번 대선 때 민주당 북극항로개척추진위원장도 맡았다. 전 후보자는 작년 22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에 전 후보자 지명은 부산지역 공약을 지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를 노린 관건선거 의혹을 불거지게 만들만한 요인이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대표적인 친명(親明)계 의원으로,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주요 외신들과 잇달아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 과정에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다. 대구 출신인 강 후보자는 발달 장애를 가진 자녀를 뒀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인간 발달·가족학 박사 학위를 땄고, 2012~2016년 사우스다코타주립대에서 상담 및 인간 발달학과 교수를 지냈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동향이다. 권 후보자는 15·16·17대 총선 때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당선되면서 3선을 했다. 권 후보자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고,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중앙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다. 권 후보자는 민주당 합류 당시 “이재명 후보가 실용 정치와 국민 통합을 이끌 적임자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 후보자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한성숙 네이버 고문을 지명했다. 국무조정실장엔 윤창렬 LG 글로벌전략개발원장이 내정됐다. 하정우 AI 수석에 이어 기업 전문가 출신들이 이재명 정부 고위직에 잇달아 발탁된 것이다. 기존 행정가 출신이 아닌, 현직 종사자에게 행정업무를 맡긴 파격적인 인사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 강훈식 비서실장은 “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모신 전문가로 하정우 AI수석과 함께 AI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LG에서 경제연구원 AI자문 연구위원과 LG전자 AI추진단장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LG AI연구원장을 맡아 한국형 추론 AI 모델 개발에 주력해왔다. 배 후보자는 “우리나라도 중국 딥시크보다 저렴하고 성능은 탁월한 AI를 만들 수 있고,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한성숙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낸 IT 전문가다. IT 전문지 기자 출신으로 네이버에서 서비스 총괄 부사장과 첫 여성 대표이사(CEO)를 지냈다. 2022년 네이버 유럽사업개발 대표로 유럽에서 3년 가까이 머물다 올 초 고문을 맡으면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서비스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돕는 공익 캠페인 ‘프로젝트 꽃’을 총괄 기획했다.

대통령실은 한 후보자에 대해 “라인, 네이버 웹툰 등에서 혁신을 이끌었고 ‘포천인터내셔널 파워우먼 50’에 4년 연속 선정된 인물”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국민추천제 추천 인물에도 포함됐다. 2017년 출범한 중기부는 초대부터 4대 장관까지 모두 국회의원 출신이 맡았고, 5대인 오영주 현 장관은 외교부 관료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IT 기업 출신인 한 후보자가 발탁된 것과 관련, AI·디지털 전환과 벤처 분야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삼희익스콘벤처타워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삼희익스콘벤처타워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후보자인 윤창렬 LG 글로벌전략개발원장은 원주 출신으로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대부분 공직을 국조실에서 근무하며 1·2차장을 모두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2023년 7월 LG에 합류해 글로벌 대관 업무를 맡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2월엔 대한상공회의소 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정부 관료들을 두루 만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농망(農亡)법’이라고 비판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한 부분은 논란으로 불거질 수 밖에 없어보인다. 송 장관이 2023년 12월 임명된 ‘윤석열 정부 인사’라는 점에서다. 이에대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농업관련 이재명 정부 핵심 정책을 부정한 전정부 인사를 ‘실용’이란 미명하에 인선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연합뉴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같은 인사기조에 대해 “민(民)과 관(官)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했다. 또 “(현재) 경제 위기 상황과 5년, 10년 뒤 먹거리가 안 보인다는 두려움도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고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선거 캠프 출신도 아니고, 정치권과도 인연이 없었던 현장경험이 많은 기업 출신 전문가들이 고위직에 발탁된 데 대해 업계에선 ‘실용주의 인사’ ‘파격 인사’라는 반응이 많다”고 설명한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은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인선에 대해 "본인이 계엄안때리면 될것 가지고, 방위출신에게 군 지휘맡기는게 어이없다"는 취지의 입장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이재명 정부의 내각인선이 파격적이란 반응은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 장관급 인사 12명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장관급 인사 12명 (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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